6.보안관
남자 배우들이 우루루 등장하고 여성 캐릭터는 주변에만 머물러 있지만,이 영화 <보안관>은 알탕 영화가 아니다.이건 그냥 아재 영화다.
이 허세끼 가득한 아저씨들을 보라.아무리 폼 잡고 근육에 힘을 주고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레이저 눈빛을 쏴 댄다 해도 그냥 아재들이다.아재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이 영화 속 남자들이 멋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그들은 그냥 평범하고 어딘가 있을 법한 동네 아저씨들이다.오지랍 넓기 만빵이고 무엇이든 간섭하려 들고 동네 어귀 슈퍼마켓 앞 파라솔 밑에 앉아 삼라만상을 죄다 토론하려는 인물들.예비군 동원 훈련 가면 이런 남자들이 그야말로 떼로 넘쳐난다.
물론 이런 아재들도 얼마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긴 하다.이들 중 하나가 일베 유저일 가능성도 있다.일상 생활에서의 진보적인 주제 -뭐,가장 민감한 건 군대와 페미니즘이다- 를 던져 넣는 순간 갑작스럽고 의미없는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그러나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이 영화와 특별한 관련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나는 그저 이 영화가 알탕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얘기하려는 것이다.물론 이 영화에도 알탕적인 혐의는 있다.여성 캐릭터들이다.
남자 주인공 보안관의 아내로 나온 김혜은은 남자 위주의 한국 영화들에 등장하는 스테레오타입 중 하나다.거세고 말 많고 화 내고 생활력 강하고 남편 대신 집안을 책임지는,그러나 결국엔 남편을 이해하고 감싸 주는.다방 레지 희순 역할의 손여은은 약간은 지능이 떨어지는 듯 보이는 주인공의 처남 김성균과 로맨스를 이루는 것 같이 보인다.말할 것도 없는 이상화다.(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 어쨌든 감싸 안는다.
여성 캐릭터들의 전형성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영화 자체가 저 허세스러운 남자들을 정당화하고 영웅시하는 것은 아니다.저들의 허세와 저들의 존재는 영화 속 유머나 개그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지,남성들의 뽀대를 위해서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저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멋있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없다.(아니,있을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자신의 틀과 규모를 일찍 깨닫고 거기에 맞춰서 남성 캐릭터 이것저것을 끼워넣은 것 뿐이다.이 정도를 알탕 영화라고 치부한다면 일식집이 망한다.
7.더 킹
한재림의 <더 킹>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직업은 알탕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검사와 조폭이다.그들 역시 우루루 몰려 나와 알탕 영화스러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이 영화에서도 전형적인 알탕 영화들의 그것처럼 룸 살롱이 등장하고 주변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 김아중이라는 주연급 여배우가 등장함에도 그녀의 영화적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 권력에 기반한 정치적 암투가 다루어진다.
(뭐,술자리가 빠지면 영화가 아예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아중을 이렇게 소비할 거라면 굳이 김아중을..)
그러나 이 영화의 어떤 태도는 이 영화를 알탕 영화의 범주 속으로 던져 넣기 어렵게 만든다.그 태도는 일종의 삐딱함이다.
영화는 검사라는, 적어도 영화가 만들어질 그 당시 - 이 영화는 박근혜와 우병우가 건재할 때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고 가장 권력 있는 직업군을 스포츠 신문의 3류 만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그려낸다.영화의 서사,캐릭터,하는 짓,모두 다 3류다.또는 그냥 노골적으로 희화화된다.
그것도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잘생긴 배우들 -무려 정우성과 조인성이다- 을 캐스팅해 놓고도 그랬다.
가령 룸 살롱 장면.이 영화에서도 룸 살롱이 등장하고 이 영화의 검사들 역시 룸 살롱에서 파티를 벌인다.그런데 이 룸 살롱은 밀실이 아니다.거드름 피우는 아저씨들이 담배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며 인상을 쓰면서 음모를 꾸미는 좁고 음습한 방이 아니다.화려하고 번쩍거리는 개방된 장소에서 이 영화의 권력들은 파티를 벌인다.이 파티는 마치 상류 계급들이 모이는 연회 같이 그려지지만,거기서 오가는 대화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의 동물적인 대화다.이것은 매우 의도적인 대화로서 우리 사회 권력층의 민낯을 그려내기 위한 야유 섞인 그림들로서 기능한다.
그런데 멋이라곤 도통 없다.권위도 없고 아우라도 없다.그저 잘생긴 남자들만 있을 뿐이다.무슨 마피아 대부처럼 소파 깊숙히 앉아 폼을 잡던 정우성이 갑자기 일어나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운운하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어색하고도 형편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의 부하 검사들이 방방 뛰며 꼬리를 물고 마치 셔플 댄스 같은 군무의 춤판을 벌일 때,한국 알탕 영화에 나오는 소위 남자들의 권위는 바닥까지 추락한다.또 정우성과 그의 부하 검사들이 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막는답시고 무당을 찾아가 유치한 굿판을 벌일 때 이 영화는 알탕 영화는 커녕 사실 그 알탕이 매우 불량식품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이명박과 박근혜와 김대중과 노무현이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이렇게 의외의 행동들을 벌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알탕 영화가 아니다.
8.청년경찰
20대 초반의 경찰 지망생들이 벌이는 소동극인 <청년 경찰>역시 알탕 영화의 동아리 속으로 밀어넣을 수 없다.미남의 근육질인 두 청년이 너무나 덤앤더머 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물론 이 영화에서도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요소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 정도의 유해함은 그냥 약간의 무해함으로 보아 줄 수 있다.유해와 무해를 가르는 기준을 상대적인 것으로 둘 때 말이다.물론 두 청년 경찰의 10년 후가 어찌 될런지는 모르지만.
게다가 눈요기와 볼거리로서의 근육의 향연은 알탕영화적 요소가 아니다.
그냥 보고 잊으면 된다 이 말이다.
마동석이 등장하는 <범죄도시> 역시 알탕영화라고 볼 수 없다.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지는 원래의 아우라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그는 그냥 귀여운 터미네이터 정도의 캐릭터인데,그의 앞날이 그가 거대한 알 하나로 변하게 될지 혹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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