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읽은 몇몇 책들에 대해 간략한 기록을 남긴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
영화 <저수지 게임>을 보고 난 후 일부러 찾아 읽은 책.영화와 특별히 다른 이야기는 없다.영화의 원전 격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10년 전 이명박의 청와대 장악은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패러다임의 결정적 교체였다.돈의 승리,물질의 정신에 대한 승리,세속성의 본원성에 대한 승리.
이명박에 대한 단죄는 돈의 세대에 대한 스크래치이자 브레이크가 될 것이고,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 과정이다.사회 정의나 공평함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시대의 방향에 대한 결정적인 유턴이 될 것이다.여기 저기에 작은 이명박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바깥은 여름-김애란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재기가 있다.
죽음의 연작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죽음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이 소설집에서,김애란은 마지막 펀치를 던질 줄 아는 노련한 단편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그의 묘사는 지나치게 물기가 뚝뚝 떨어지지도,위악적인 드라이함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도 않는 세련미 넘치는 레벨을 꾸준히 유지한다.이런 소설집이 좀 자주 나와야 한다.
10월 항쟁-김상숙
1946년 10월의 대구 민중항쟁은 동학농민전쟁을 포함한 조선 후기의 민중항쟁으로부터 1980년 5월 광주에 이르는,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민중들의 투쟁사에 중요한 한 단계를 차지한다.민중항쟁의 전형적인 패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또 일제 강점기 해방 정국 안에서 잔재친일세력과 미군정 그리고 기호출신 지주들이 일제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몰아내고 절멸시키는,그래서 친미보수정권을 만들어내는 온갖 과정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사람들은 자꾸만 대구에 대해 고담 대구니 보수의 총본산이니 하면서 갖은 비야냥을 서슴지 않지만,어쩌면 해방되자마자 진보세력이 멸종 당한 상황,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엄청난 위협이라는 역사적 팩트를 고려해 보면 대구의 변모 역시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 일이다.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또한 보수 정권의 폭압적 완성은 다른 지역의 방관적 동조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참여정부의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관이었던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와 미발굴 자료들 그리고 힘들게 찾아낸 기록과 통계를 가지고 대구에서 시작되어 경상북도 전체로 번졌던 당시의 항쟁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낸다.레드 컴플렉스에서 보통 시민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정치이고 역사다.
산성일기
삼전도의 굴욕을 다룬 영화 <남한산성>을 본 후,그때의 일이 궁금해 찾아 읽었던 책.
작자는 미상이지만 아마도 최명길 같은 화친파 보다는 끝까지 청나라에 저항하는 게 옳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 그 당시 남한산성에 체류했던 사람이 일기 형식으로 작성했던 수기 형식의 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최명길류의 사람들에겐 저주를 숨기지 않고 김상헌 처럼 저항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아름답게 그렸다.물론 그 와중에 인조에 대한 가없는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조선시대 아닌가.아 아니구나 지난 5년간도 왕조시대였네.따라서 친박은 탄핵을 반정으로 보고 있을 거다..)
그러나 수백 년 전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이런 종류의 문서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모든 서술들을 사실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무시할 수 없고,또 그렇다고 행간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행적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보는 자의 눈 빛깔과 굴절도에 따라 역사적 사실들도 자의적으로 규정되는 (그러니까 정사) 것일까.아니면 역사적 진실 역시 힘의 논리 앞에 빛을 잃고 축소되어버리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자의 편에서 발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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