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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oo late-Carole King

신의 영화들/정체에 대해 떠들기

by 폴사이먼 2018. 6. 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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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내가 그래도 제일 좋아했고 또 좋아하는 정치가는 노무현과 문재인이다.그러니까 자신의 세대 내에서 어쩌면  매우 평균적인 정치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그러나 그 두 정치인을 아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내 생각엔 좀 특이하다.아내는 자신이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후에 우리는 만났고,한참 우리가 데이트하던 시기는 탄핵으로 인해 그가 청와대에 유폐된 시기와 겹쳤었는데,내가 데이트하는 사람이 당시만 해도 불굴의 투사처럼 느껴지던 정치인을 보호해 주고 싶을 정도로 불쌍하다고 말해서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나는 아내가 매우 강인한 사람이라고 느꼈었다.


한편 아내가 문재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내의 어떤 경험-  몇 년 전 아내는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ktx 열차에서 문재인의 옆자리에 앉았었다고 한다- 으로부터 비롯된다.아내는 문재인이 tv에서 나오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그 단순한 이유로부터 문재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으나,아내는 문재인이 절대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감각적으로 확신했다고 했다.


한편 아내는 이재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이유를 묻는 내게 아내는 '그냥 쪼잔해'라고만 대답했다.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는 그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이재명 부부의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그렇게 말했으려니 하고 말았었다.사실 나도 이재명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에 이재명은, 만약 문재인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다면  입지와 공간이 아주 줄어들게 될 타입의 정치가이다.이재명은 박근혜 치하와 같은 매우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공간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지,좀 더 합리적이고 말이 통하는 공간에선 주목도가 떨어질 거라고 그렇게 그렇게 근거없이 나는 그의 운명을 예측했었다..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가 '우리 편'이라고는 여겼다.또 아내에게 우리 편은 '문재인의 편'이었다.


어젯밤 지방선거 얘길 하다가,처음으로 김부선과의 불륜 얘길 듣게 된 아내가 역시나 짧게 코멘트했다.

-떨어지겠네.

내가 물어보았다.

-우리 편이 떨어져도 괜챦아?

아내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뭐라 대답하진 않았다.그러나 자신의 말을 회수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과 경기도 지사 선거를 생각하다가,나는 캐럴 킹의 노래 It's too late를 떠올렸다.뭔가가 잔뜩 늦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던 거다.


우선 이재명의 저격자들 -민주당 지지자들인- 의 타이밍은 너무 늦었다.혜경궁 김씨 트위터는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주제다.그들이 이재명을 진심으로 낙마시키고 싶었다면 차라리 예선전부터 전력을 다해 그를 공격했어야 했다.그가 안티 문재인이라는 테마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게다가 민주당은 공당이다.차라리 그들은 김부선을 좀 더 일찍 설득했어야 했다.어정쩡하게 이재명을 공격하던 그들은 오히려 예선이 끝난 다음에야 본격적인 저격을 시작했는데,그것도 조선일보 지면을 빌려서였다.경선 불복종으로 비칠 만한 일이었다.


김부선 역시 마찬가지다.다행히 그녀가 '불륜 열사'를 자처하지는 않고 있으나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면 지방 선거 일 주일 전에 나설 게 아니라 훨씬 이전에 나서야 했다.아니면 끝까지 침묵을 유지하는 쪽이 그녀의 딸을 위해서라도 나았다.그녀의 입은 적당한 시기에 열리지 않았다.차라리 너무 늦었다.


이재명은 더더더 늦었다.그는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았거나 자신의 팬덤을 너무 강력하게 인식했던 것 같다.용서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너무 늦게 고백과 용서를 구하는 일은 그냥 혐오감만 자아낼 뿐이고,아내 같은 사람에겐 '역시나 쪼잔했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일 거다.당선된다 해도 한 번의 경기도 지사로서 정치나 공인의 이력을 마감하게 될 것 같긴 하지만.(단,박근혜 탄핵처럼 험악한 상황이 도래한다면 또 모르겠다..) 그래도 이 문제를 그냥 넘기지는 말아야 한다.적어도 그에게 어쩔 수 없이 표를 던지게 될 경기도의 문재인 지지 유권자들의 심정 정도는 헤아려 주어야 할 것이다.




김정일과 트럼프,미국과 북한 역시 사실은 너무 늦게 만났다.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늦게라도 괜챦아 보인다.세계사의 레벨이라면 늦었더라도 역사를 쓸 수 있으니까.그리고 무엇보다 평화가 간절하니까.




이 모든 게 정치 공작이라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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