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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멍멍이.그리고 steve gadd band

신의 영화들/정체에 대해 떠들기

by 폴사이먼 2017. 11. 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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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간만에 일찍 일어났다.유재현이 쓴 아시아 영화에 대한 책을 읽다가 -워낙 일찍 일어난 것이다- 또 느릿느릿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근엄한 자세를 유지하는 17층 아저씨와,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대학생 딸,그리고 조잘조잘 뭔가를 토론하고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 누나와 저학년 동생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문이 닫히자 아이들이 기습적으로 내게 묻는다.일언반구의 기초적 설명도 없이.

-강아지와 멍멍이의 차이가 뭐에요?

윽,네 사람의 눈빛이 모두 다 나를 또 향한다.뭔가를 대답해야 한다.(이런 대답 컴플렉스 역시 우리 사회 특유의 문제 중 하나다.모르겠음 모르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강아지가 멍멍이 보단 좀 어리지 않겠어? 아무래도 강아지는 돌도 되지 않은 새끼 개를 말하는 거 아냐?


아이들,1초 정도 멍하다가 곧바로 엇갈린다.누나는 '거 봐,강아지쟎아~'그러고 동생은 '그래도 멍멍이야.'라며 누나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는다.아마도 이 남매가 기르는 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모양이다.

나는 또 뭔가를 덧붙인다.(일단 말해 놓고 논리를 보충하는 현상 역시 문제다)


-멍멍이는 일단 크게 짖지 않을까? 멍멍멍..그러면서.대신 강아지는 짖는다기 보다는 낑낑거리겠지.

그러면서 나는 이번 건 좀 설득력 있는 대답 아닐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아이들은 내 덧붙임과는 아무 상관 없이 문 바깥으로 뛰쳐나간다.무뚝뚝한 아빠와 딸도 아이들을 따라 나간다.나는 그들 보다 약간 뒤쳐져 걷는데,아빠와 딸이 뭔가 조용하게 대화를 나눈다.멍멍이와 강아지에 대한 대화였을까?

잠시 멍멍이와 강아지에 대하여 엘리베이터 남매와 부녀에게 하지 않은 말들이 떠올랐다.

-할머니들이 예뻐서 죽고 못사는 손자손녀들에게 '내 강아지 내 강아지'하지? 그러나 할머니들이 '내 멍멍이 내 멍멍이'하진 않쟎아..아,쓸 데 없어..


오늘의 출근 음악은 아마도 현역 최고령 드러머인,그리고 벌써 수십년째 폴 사이먼의 콘서트나 앨범 마다 steve gadd band의 음악이다.음악의 너무나 여유 있는 흐름 덕택에 한 2분쯤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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