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솔직히 말해서 한 달에 한 번 쯤 - 내가 좋아했던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을 썼던 공간이 바로 이 곳이다.
이 일은 내게 사실 취미생활의 일환이었다.내 생업과 아무런 상관도 없고 ,아닌 말로 내가 옛날 영화에 대해 쓴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내 몇 개 정도의 글쓰기 작업은 그야말로 '취미'생활이었다.
그래서 사실 난 이 다음의 칼럼 공간에 대해서 별 생각을 갖지 않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이 칼럼 공간에서 벌어지는 칼럼니스트들의 '반란'을 목격하고 나서야 난 최초로 이 곳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난 '다음'에 대해서 고마운 생각을 갖는다.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학력이나,거기에서 비롯된 '권위'에 대해서 집착한다.조중동이라 불리는 거대 신문에 실리는 글들을 보라.대부분 유명대학의 교수들이나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 필진이다.
어떤 글들은 정말 당장에 쓰레기통에 쳐넣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허접스러운데도,그 글들이 이상한 후광으로 빛나는 것은 그 필자의 경력과 학벌 덕택이다.우리는 그러한 필자들을 몇몇 알고 있다.
한 때의 격정적인 소설가 이문열이나,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전여옥 아줌마 같은 경우,소줏집에서 그런 싸가지 없는 소릴 했다간 귀싸대기(앗,홍사덕이 생각난다) 맞기 딱 좋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들의 말도 안되는 권위가 그런 헛소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칼럼 공간은 원천적으로 그런 권위가 배제된다.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엄청난 부작용도 있었을 것이다.이 곳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틀림 없이 우리가 모르는 문제들이 벌어졌을 것이다.아마 모르긴 모르되 불미스런 종류의 범죄도 일어났을 것이다.
어쩌면 다음측이 칼럼공간을 이토록 외계행성의 그것처럼 변화시킨 데에는 그런 원인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난 주된 원인이 네이버를 비롯한 경쟁사이트와의 알력 때문이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네이버가 '까페'를 만들었을 때,다음은 게거품을 물었다.이재웅의 아내는 티슈를 많이 준비했어야 했을 것이다.
네이버가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또 '블로그'가 유행의 대세를 장악하려는 듯 보였을 때,다음 측은 아주 당황했으리라 생각된다.
블로그와 칼럼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칼럼에 비해 한 마디로 더 가볍고 개인적이다.
블로그는 신변잡사를 평이하게 다루는데 비해, - 그래서 근본적으로 타인보다는 자신과의 대화가 우선시되는 데 비해 - 칼럼은 좀 더 많은 대중들을 향하여 얘기되어야 한다는,그래서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칼럼의 고전적인 글쓰기의 어려움이 21세기의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다음 측은 내렸을 것이다.칼럼이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향해 연설하는 것이라면,블로그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무선으로 사람들과 교신을 주고 받는 것이므로 인터넷의 기본적인 캐릭터와 더욱 더 어울린다고 다음의 경영자들은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한 경쟁사인 '네이버'가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잠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한 몫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정글 같은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다.나는 '다음'의 입장을 이해한다.그들은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 '칼럼'과 '블로그'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칼럼'과 '블로그'는 분명히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인데,그들은 그저 지금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칼럼의 컨텐츠'를 적절히 활용하여 '블로그'의 형태로 전환시키면 아주 자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에이,,,바보들...
그러니 일부 '칼럼'을 '칼럼'처럼 쓰고자 했던 칼럼니스트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유일한 해결점은 '다음'측이 좀 돈이 들더래도 '칼럼'과 '블로그'를 구분해 주는 것인데,사실 난 다음 애들한테 그렇게 말할 자신은 없다.'돈'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렇게 말하고 싶기도 하다.
헤이,미스터 다음..
그래도 그대들이 이 동네에서는 짱 아닌가?
짱 정도 되면 모범을 보여야지 않겠어?
칼럼과 블로그의 차이를 이젠 좀 이해할 수 있겠지?
이 두 개,,좀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점쟎고 너그럽고 부드럽게 얘기할 때 이거 해 주었으면 증말 좋겠다....
이 칼럼이 상승칼럼이랍니다... (0) | 2004.04.16 |
---|---|
선거에 대한 생각,그리고 박근혜에 대한 미안함.. (0) | 2004.04.15 |
칼럼에 대한 생각,다음에 대한 생각 (0) | 2004.04.14 |
Daum칼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 | 2004.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