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낯선 나라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던 어떤 날들.주말엔 여행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더랬다.당시는 우리나라에 해외여행 붐 (그러니까 패키지 여행 붐 말이다) 이 일던 때여서,해외에 있는 여행사 마다 여행 가이드 할 사람이 충분치 않은 통에 나같이 무자격인 사람들까지 여행사 직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던 것이다.(그렇지 않았음 어떻게 내가 그런 전문직인 일을 시도할 수 있었겠는가..나는 여행사에서 나누어주는 매뉴얼을 달달달 외우고 일에 투입되었었다.)
여행사 쪽도 불안했던지, 나 같은 사람들은 주로 신혼여행 오는 젊은 부부들을 맡기곤 했다.신혼부부들이야말로 챙길 게 상대적으로 덜 하고,그냥 놓아두어도 자기들끼리 잘 노는 사람들이었으니 어쩌면 그런 선택이 당연하기도 했다.
여행사들은 신혼부부들을 주로 놀이공원 (amusement park)에 몇 시간씩 풀어놓은 후 정해진 시간에 정문 앞에서 만나도록 했고,그다음 여행 가이드인 내가 나타나 그들을 차에 태워서 저녁밥을 먹인 후 그들의 진정한 무대인 허니 문 호텔로 모셔놓으면 일이 끝나는 거였다.문제는 고객들이 열심히 놀고 있는 놀이공원 안이었다.젊은 그들이야 무엇을 하든 신나고 재밌었겠지만, 나는 아무 할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어슬렁거릴 수 밖에 없었던 거였다.놀이공원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쇼 역시 매주 보다 보면 거의 대본을 다 외우다시피 하게 되어서 슬쩍 보기만 해도 뇌 내에서는 자동 스포일링 기능이 반복적으로 생성되어버리고 말았었다.당연히 아무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곳.이상하게도 가도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 하나 있었다.돌고래 쇼장이었다.돌고래들이 스키를 탄 사람들과 재주를 넘고 스키 점핑을 하는 곳이었다.
(뭐,대강 이런 거 하던 데다..)
나는 언제나 그 곳에 앉아 있었다.돌고래들이 신기해서가 아니었다.나를 그 곳으로 이끌었던 것은 언제나, 바로 kool & the gang의 celebration이란 노래였다.쇼가 시작하면 언제나 이 노래가 쇼장 양편에 놓인 확성기를 통해 신명나고 즐겁고 떠들썩하게 흘러나왔던 것이다.그 노래는 이상한 향수를 자극했다.나의 라디오 데이즈.내 좁은 방에서 책상 위에 놓인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던 그 날들 말이다.내가 kool & the gang 을 알게 된 곳은 바로 그 곳,그 공간,한때 내 작은 우주였던 곳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노래다..)
따라서 나는 저 날아오르는 돌고래들엔 별 관심이 없었다.나는 관객석 저 뒷편에 앉아 옛 생각을 하며,내 책상 속에 들어있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추억하며 celebration을 듣고 있었다.나는 그 파티의 분명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그 곳에 다시 가고 싶다..저 노래가 지금도 흘러나오는지 확인하고도 싶고..
대국민 독백 (0) | 2016.11.29 |
---|---|
사랑의 방식 (0) | 2016.09.23 |
내부자들-<세월호,그 날의 기록>을 읽고 (0) | 2016.08.30 |
흔들리는 달 (0) | 2016.08.25 |
허세. (0) | 2016.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