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너무나 뜨겁고 뜨거운 여름 동안에 혼미하게 머릿속을 스쳐갔던 몇몇 짧은 생각들이 있다.
1.소설가와 시인의 근본적인 차이는 그 두 집단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혹은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어떤 심성,바로 '허세'에 있다.시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허세인 것이다.그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허세가 우중충한 잿빛세계에 명도와 채도를 더한다.단 그들의 어떤 허세가 열등감과 정치적 비뚤어짐,결정적으로는 잘못된 젠더사회학과 연결될 때,불행한 괴물 몇 마리가 나타나게 된다.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좀비들이 탄생하는 것이다.그러느니,차라리 술의 허세가 훨씬 낫다.
(뭐..이런 것..)
반면 소설가의 허세는 스스로를 몹시 곤란한 지경에 빠뜨릴 수 있다.시인의 허세는 페장으로 흡입되는 신선한 공기와 같은 것이지만,소설가의 허세는 필요없는 다리,이미 두 다리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또 하나씩 추가되는 쓸모없는 다리들과 같은 것이다.이렇게 새로 생긴 다리들은 결국 육체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추가되는 다리들은 자꾸만 몸의 균형점을 불규칙적으로 이동하게 해서,문장의 정교함과 서사의 요연함에 상처를 입힌다.그러다 보면 허세에 싸인 소설가는 자꾸만 새로운 문장들과 이야기들을 추가하게 되고,어느 순간 체중조절과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그는 주저앉아 괴로워하며,이미 자신이 썼던 문장들을 지우고 썼던 페이지들을 찢어제끼고 있게 된다.
사실 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냥 고독이다.어차피 소설가의 문장과 문단은 자꾸만 그를 고립시킨다.그는 골방에 유폐된 채,자신이 창조한-찰나가 아닌- 길고 외로운 시간의 감각을 끊임없이 유지해야 한다.그것은 물론 댓가를 치뤄내야만 하는 가없는 노동에 다름 아니다.최근의 소설들에 없는 것이 이런 종류의 거친 노동과 노동 시간이다.기나긴 소설들 -한때 우리는 대하소설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설가들이여,제발 트위터를 멀리 하기를.SNS를 징그러운 벌레나 끔찍한 병원체로 여기고 두려워하며 도망치기를,.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비사교성과 정기적인 기아,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다.자신의 허세 마저 직시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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