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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큐멘트

신의 영화들/정체에 대해 떠들기

by 폴사이먼 2014. 7. 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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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 살수록 이상한 것은,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바빠지고 있다는 거다.사실 40세가 넘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좀 내 시간이 생길 거라고,삶의 여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그 나이에 도달했는데도 웬걸,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왜일까.뭔가를 착각했던 것일까? 아님 내가 내 삶에 들이댔던 잣대가 너무 낡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님 이제 우리 사회에서의 삶 속에 여분의 시간과 생각할 만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일까? 그것도 아님 내 삶이 돌아가는 기계적 메커니즘 자체에,또 애초에 내가 내 삶에 행했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님 이 모든 원인들이 한데 뭉쳐서 나 혹은 우리 사회의 개인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어쨌든 삶은 진행되는 것이고 나는 계속 살아내야 하며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내 주위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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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곳.인터넷 공간에 이름없는 섬처럼 떠 있는 내 공간 (물론 이 곳의 소유권이 내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기묘한 착각일 수도 있다.그러나 그 착각이 이 공간에 동력을 제공한다) 이 곳에 참 오랜만에 돌아왔다.비어있지만 여전한 이 곳.나는 잠시 여길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난감했었다.뭔가가 변했기 때문이다.'뭔가'라니,사연은 당연하다.나는 예전처럼 이 곳에 주구장창 글을 쓸 만한 시간이 없는 것이다.예전엔 야간당직이 비교적 자주 돌아와서 밤이 되면 언제나 이 곳을 위한 글을 쓰곤 했었는데,지금은 특히 밤과 저녁 시간이야말로 내 것이 아니다..

 

자,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이 곳을 과거의 유적으로 생각하고 보존 작업에나 열을 올려야 할 것인가,아님 예전의 작업 공정을 다시 부활시켜 또다시 예전의 글쓰기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시간과 삶은 내게 그 과정을 허락할 것인가.

 

돌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더 이상 A4용지 30장 분량의 영화 리뷰를 쓰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그 기분이 개운하지 않은 예측.그러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렇다고 이 곳을 완전히 방기해 버리기도 그렇다.그 어떤 공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내게 여기는 지난 십 수 년간의 기록 (DOCUMENTS)이기 때문이다.그렇다,다큐먼트.이 곳은 내 삶의 기록이다.21세기의 출발과 더불어 쓰여지기 시작했던 내 삶의 기록.이 곳의 또다른 의미는 그렇게 풀이된다.이 기록들은 적어도 내 과거의 31% 정도를 반영한다.나머지 69%는 글 외부에 있으니까.나는 지금 이 기록들이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또 사실 자랑스럽게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다만 언젠가 내 삶이 모종의 위기에 닥치게 되거나,또다른 회오리에 휘말려 삶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여기의 기록들은 내게 의외의 판단 근거를 제공해 줄런지도 모른다.또 내가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면 여기에 잠자고 있는 내 글들은 내 기억을 일깨우며 내 펜의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또 좀 불미스러운 일이겠지만 내가 향후 미치거나 가벼운 치매에 시달리거나 더한 질환에 붙잡혀 버렸을 때,이 공간의 글들은 임상적 중요성을 가지고 내게 다가올 수도 있다.(써놓고 보니 좀 끔찍하다.그러나 나는 벌써 내가 내 삶의 반 이상을 보내버렸음을 매우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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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이 곳을 내 삶의 다큐먼트를 위한 기록으로 보존하고 이어나가야 한다.글을 길게 쓸 필요도 없고 무지막지한 글 노동에 시달려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구간별 랩 타임을 재고 구간의 감정들을 이 곳에 뿌려놓기만 할 것이다.여긴 내 수첩이며 (일기가 아니다) 내 노트이다.그렇게 그렇게 써 나가며 삶을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것은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그런 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식의 블로그 운영의 승패는 아마 죽기 직전에야 갈리게 될 것이고,승리나 패배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무승부로 끝나기 십상일 것이다.(삶 끝에 이르러 승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나는 이 블로그를 좀 간편한 방식으로 정리하려 한다.내가 쓰고 싶은 주제들과 소재들을 새로 정리하고 거기에 대해서 나 자신에게 미리 얘기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우선 원칙 하나.이제 다큐먼트로 전환한 이상 좀 더 자주 글을 써야 한다.대신 긴 글과 짧은 글을 병행해야 한다.허접한 영화나 허접한 책들,그리고 또  허접한 삶의 상황에 대한 글 역시 이 곳에 늘어 놓는다.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수치심을 느끼면 임상적 중요성이 떨어진다.나는 지금 내 자신에게 약속할 수 있나? 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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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것,노래까지 하나 올려보려 한다.한희정의 노래 ,<너의 다큐멘트>

 

 

 

(아,그런데 이렇게 노래를 올리면 저작권 위반인가 보다.아핫,실수..)

 

사실 내가 공적인 공간 (얼마나 공적이냐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나서라도)에 내 삶의 기록들을 올려놓고,누군가 내 기록에 반응을 보여 또다른 기록들이 더해질 때,이곳은 우리의 다큐멘트가 될 것이다.지난 14년간 나는 이 곳에서 한없이 갈래가 갈라지고 있는 다큐멘트들을 만들었다.지금도 반응을 보이는 분들과 이젠 이 곳을 떠나신 분들,그리고 영원히 내 기록에 합류하지 않게 될 분들이 다양한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자,이제부터는 무엇을 쓸 것인가.

 

먼저 영화.

 

난 원래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싶어서 이런 공간을 개설했던 것이 아니었다.영화는 부차적인 것이었다.맨날 챠트만 써대다가 한글 문장 쓰는 능력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이런 종류의 공간을 인터넷에 개설했고,뭔가 주제를 찾다 보니 우연히 영화가 얻어걸린 것 뿐이었다.그러나 그게 관성이 되어서 지금까지 이르렀다.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200편의 영화를 써 보려다가 최근의 영화까지 글을 확장했고 또 그러다가 고전 영화들을 쓰곤 했다.그러나 이젠 좀 더 간결하게 영화에 대해 쓸 글들을 분류해야 한다.

 

1.200 Favorite moments on film

 

순위 놀이 함 해야겠다.내가 가장 좋아했던 200편 영화의 순간들을 동영상과 함께 써야겠다.나는 이 작업을 위해 지난한 바보짓을 몇 일 동안 A4용지 위에 수행했다.계속 툴툴거리면서 예술 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이따위 비예술적인 행위를 맨 처음으로 생각해낸 넘은 누구일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그리고 또 따라쟁이짓을 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을 원망했다.뭐..coming soon,

 

2.cineasts & cineasts

 

영화를 감독별로 정리할까 한다.어떤 특정한 감독의 영화를 연대기 순으로 보면서 주절거리는 것이다.그리고 끝에 가서 그 감독을 정리하는 글로 맺는 것이다.첫번째 주자는..20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우리나라 영화감독 이만희.그 후엔 잉마르 베리만과 앨프릿 히치콕,혹은 마틴 스코세이지,혹은 오즈 야스지로가 따라나올 것 같은데,아직 모른다.누가 다음 순서가 될런지는.어쨌든 이만희의 영화는 다 보았다..

 

 

3.Hooked on classics

 

결국 옛 클래식 영화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이 영화들의 범주엔 옛 우리 영화들도 당연히 포함된다.단,클래식이라 이름 지을 영화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좀 복잡하다.과거의 난 수준이 낮은,혹은 평판이 좋지 않은 영화들을 애써 피하려 했다.더구나 삶의 시간들이 그리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영화들을 모조리 다 챙겨본다는 것은 아주 지난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그 생각,이젠 수정한다.그 어떤 영화라도 볼 수 있다는 쪽으로..따라서 이 카테고리에 어떤 영화들과 어떤 글들이 끼어들게 될런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조차 힘들다..

 

4.신의 영화들

 

예전에 중단되었던 작업이다.christianity를 다룬 영화들을 시리즈로 쓸 것이다.다만 이 작업은 아주 뒤로 미루어 놓으련다.작업의 집중도를 위해서다.어느 계절,어느 해가 다가오면 오로지 이 작업을 위해서만 내 두뇌를 쓰게 될 것이다.현재로서는 영화들의 목록만 한없이 둥둥 떠 있다.

 

5.HEY,brand-new

 

지금도 나는 부지런히 영화를 보고 있다.술자리를 희생해서라도 보고 있는 게 영화다.(물론 술 역시 중요하며 아직도 난 술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아주'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물론 그들은 심각한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쨌든 최근 3개월 안에 본 영화들에 대해 간결하게 메모를 작성하려 한다.물론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발생한다.스크린 이외의 방법으로 영화를 볼 것이냐,말 것이냐 하는 문제다.소위 다운로드된 영화들,스크린 특유의 아우라를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영화들을 어쩔 것인가 하는 문제다.다운로드된 영화만을 보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내러티브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영화만의 아름다움을 결국은 훼손한다.그러나 일단 답을 유보한다.현재로서는 다운로드된 영화 역시 영화 범주에 포함시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그렇다고 다운로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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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bookends

 

처음으로 읽은 책에 관한 글들을 써 보려 한다.해 보지 않은 작업이라 어떤 형태로 글이 나오게 될 것인지 아직 예측 조차 어렵지만.

 

7.그리고 음악.

 

음악 역시 빠뜨릴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그동안 나는 from a to z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뮤지션들을 알파벳 순서대로 배열해 놓고 각 뮤지션의 음악들을 시사적인 내용과 연결시켜 왔다.그러나 나는 이런 형태의 글쓰기는 너무 작위적이라고 중간결론을 내렸고,좀 더 다른 음악에 대한 글을 써야 하지 않는가 하는 또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일단 더 생각을 좀 해 봐야겠지만,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다.가장 좋아했던 우리나라 음반 100개 정도를 추리고 거기에 대해 글을 써 볼까 한다.역시나 지난하고 긴 작업이 되겠지만,이 작업이야말로 내 삶의 다큐멘트라는 이 공간의 테마에 어울린다.그러나..자신이 없다.시간을 내기 어려울런지도 모른다..

 

그 밖에 다른 내용들이 있을 수 있다.어떻게 흘러가게 될런지는 나 역시 잘 모르겠다.어쨌든 간다,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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