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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의 어떤 이미지들 1.

신의 영화들/THE DUELLISTS

by 폴사이먼 2012. 11. 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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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미지로 넘쳐난다.우리가 우리의 눈을 그 어느 곳으로 돌려도 숱한 이미지가 우리의 눈 앞 영역을 점령한다.영상과 사진들은 우리 육체의 감각을 빼앗고 우리가 다른 종류의 두뇌 세포를 사용하기도 전에 우리의 일부를 강탈하고 앗아간다.어떤 이미지는 충격적이고 어떤 이미지는 행복하기 그지없다.그래서 우리는 이미지들 앞에서 갖가지 욕망과 감각을 경험하고 체험한다.물론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제는 이미 이미지의 지배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고,이미지로만 여론을 조작하거나 이미지로만 삶을 재조직하는 단계에서 벗어나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여전히 수다한 이미지들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났다가 재빨리 사라지고,우리는 적어도 그 이미지들이 자신의 수명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는 - 물론 그 이미지들의 수명은 이제 매우 짧아졌다 - 그 이미지의 유혹을 즐기고 아낀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지금,그 선거에 주역으로 나선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우리는 '그들'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기도 하고, 웃거나 슬퍼하거나 분노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이미지들을 만드는 테크닉들,예를 들어 사진술이나 영상술은 기본적으로는 포착과 편집의 예술이다.포착은 순간적인 동작과 시간에 좌우되고,편집은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교양에 좌우된다.우리는 이미 그 사실을 잘 안다.그래서 우리는 이제 웬만한 이미지들에는 쉽게 휘둘리거나 흔들리지 않는다.과거 1987년의 선거전에서 야권의 유력 후보였던 김대중에게 과격하거나 친북의 이미지들을 덮어씌우기 위해서 방송과 신문이 시도했던 각종 이미지 조작은 이제 잘 통하지 않게 되었다.(물론 더 잘 통하게 된 사람들도 있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지 자체에 대한 신뢰를 조금은 거둬버린 데에도 원인이 있고,또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다양성 때문에,각 후보들의 이미지 역시 복잡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전달되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말하자면 이미지를 제공하는 양극단의 매체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지지 여부는 오히려 유권자 자신들의 두뇌와 마음 자체에 기반하게 되었고,그런 의미에서 이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전략은 과거처럼 이미지 위주가 아니라,'데이타'자체를 다루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적 성향과 경제적 계급에 기반한 투표를 하게 된다면,이러한 '데이타 분석'은 갈수록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가령 peak 15라는 블로그를 보라.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그들의 분석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고,사실은 핵심을 짚고 있다.EBS 의 다큐멘터리 '킹 메이커' 역시 그들의 자료를 중요한 참고 자료로 원용하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데이타에 기반한 선거 전략이야말로 팽팽한 승부의 방향추를 기울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따라서 역시 '이미지' 보다는 '데이타' 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내가 나열할 몇몇 이미지는,매우 무용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을런지도 모르겠다.그저 재미로 받아들여주시길 바란다.몇몇 이미지의 혐오스러움에 대해선 마땅히 이미지를 게재한 내가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그런 의미에서 비위가 좀 약하신 분들은 여기서 스크롤을 위로 올려주실 것을 권고한다.(그래야 내 책임이 좀 경감될 듯도 하다)

 

1.박근혜의 준비운동

 

 

 

가령 이런 사진.어떤 걷기 대회에 참가한 박근혜씨의 준비운동 사진이다.하필 그때 안철수 후보의 아내인 김미경 교수가 그녀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두 사람은 한 파인더에 포착되고 말았다.박근혜로서는 최악의 사진이다.그녀가 외모의 주무기로 삼는 우아함,너그러움,미소 따위는 어디 말머리 성운 근처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그녀가 자신의 스트레칭에 몰두해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을 때,하필 김미경 교수가 그녀 근처를 지나가버리고 만 것이다.만약 박근혜가 김미경을 의식하면서 그녀에게 저런 눈초리를 보냈다면,이 사진은 일종의 호러 무비 스틸 사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준비운동 자체는 물론 아무 문제도 없다.(그런데 왜 저 당의 후보들은 저리도 준비운동을 좋아한단 말인가.예전에 회창 옹 역시,대통령 선거전에서 자신의 유연함을 뽐내며 스트레칭 동작을 선보였던 적이 있었단 말이다..) 박근혜의 표정 역시 우연한 포착에 불과하다.그녀가 저리도 악랄하고 저리도 표독스런 눈길을 하필이면 그동안 일면식도 없었던 안철수의 아내 김미경 교수에게 보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일종의 악의일까? 평소에 박근혜를 극성스럽게 혐오하던 어떤 사진 기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사진을 현상하다가 발견해 낸 복수이자 호재일까? 그 기자는 '옳다꾸나,되었다!' 라고 외치며 무릎을 쳤을까? 그러나 저 사진이 언론사의 인터넷 판에 게재되자,또다른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평소의 박근혜씨가 가지는 매우 음울한 이미지는 증폭되고 증폭되어 하늘을 갈랐다.아무도 없는 괴괴한 집안,우아한 홈 드레스 차림에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밤마다 거실에서 요가로 몸매를 유지한다는 그녀의 밤 생활이 오버랩되면서 '오즈의 마법사'의 어떤 마녀를 연상하고 만 사람도 있었을 테고,그녀의 아버지가 가지는 폭력적인 오기의 이미지,정적에 대해 가혹한 복수를 일삼던 유신 시절을 떠올려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연상 작용 역시 세대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좀 더 젊은 사람들은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을 떠올렸을 테고,그 보다  약간 나이가 더 든 세대는 트로트 가수 현철을 기억해내며 박근혜를 '여자 현철'이라 불러댔을 것이다.(불쌍한 현철...) 만약 이 사진이 어떤 화면에 게재되고 바로 그 옆에 김미경 교수 당사자의 사진,

 

 

 

가령 이런 사진이 저 준비 운동 사진과 나란히 실린다면,상상력은 어떤 가없는 대조를 향해 발걸음질 칠 것이다.지성과 오기,평온함과 격렬함,권력에 대한 무서운 욕망과 정신적 안정감..따위의 대조가 한없이 시리즈로 등장할 것이다.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될 개념일 것이다.

 

나는 김미경 교수의 저 사진으로부터,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퍼스트 레이디가 출현할 거다,라는 느낌만 받았다.아시아형 퍼스트 레이디가 아닌,유럽형 퍼스트 레이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대조는 어디까지나 일종의 판타지의 세계 안에서만 벌어질 일들이다.사진술은 어디까지나 사진술이고 우리는 저들과 대화 한 마디 나눠본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지지자들이 그들 교주의 준비운동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언론사에 요구하면서부터,일들은 판타지의 세계로부터 리얼리티의 세계로 끌려들어오기 시작했다.박근혜 지지자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다만 그들의 그러한 압력과 요구,즉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부정적 인상을 막기 위한 소망에서 비롯되는 일련의 행위로부터,우리는 엉뚱하게 언론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고정관념과 함께 실제의 박근혜를 은폐하기 위한 가엾은 몸부림이라는 이중의 인상을 받게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그들의 요구는,최근 안철수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꾼 또 하나의 실수와 더불어,최근의 바보 선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안철수는 예전의 자유로운 머리 스타일이 훨 나았다.그의 코디네이터는 달리 생각하지만 말이다)

 

2.이때 꽃 중의 꽃 박근혜 꽃

 

동영상이 등장했다.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교수 450명이 모인 집회 와중에서 어떤 교수가 박근혜 찬양가를 읊어댄 것이다.나는 1분도 못 넘겨서 이 동영상 보기를 포기했는데,정말로 토할 뻔 했던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한다면,바로 이런 사람들이 박근혜를 망치는 것이다.아마 기독교도로 보이는 저 교수 - 저 사람은 일요일 아침 예배의 회중 기도를 올리고 있는 대형 교회의 장로일런지도 모르겠다- 의 떨리는 읊조림은,그들이 원하는 바가 그들 주장대로 '여성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그저 '여왕 하나 만들기' 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저 자리에 모인 450명이나 되는 소위 대학교수들의 모임은 그저,우리나라 대학사회의 수준 자체를 얘기해주고 있는 것으로서,거의 사회학적인 가치가 있고,저들의 뇌 구조를 다 뜯어볼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 신경과학계 역시 장족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저런 종류의 신격화와, 김일성 일가가 참으로 가엾게도 펼치고 있는 신격화 사업이 뭐가 그리 다르단 말인가.이인제나 홍사덕 류의 사나이들이 십상시의 구성원으로 몰려들고 있는 박근혜 캠프는 근본적으로,박근혜 자신의 능력을 불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즉,저런 어처구니 없는 찬양가가 통할 정도의 비이성적이고 뒤떨어진 집단이 우리나라의 다음 5년간을 담당할 수 있는 사실을 감지하고 몰려든 불나비들이 그 캠프의 주된 구성원들이라면,박근혜 본인 정도는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의 이권을 위해 올인해도 열매들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캠프 정신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찬양의 질과 방법이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막아낼 컨트롤 타워 조차 없는 집단에게 우리 국민들은 고정적인 40%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 되겠다.

 

3.이번엔 오바마.

 

가장 극적인 이미지들은 가장 단순한 동작을 통해 연출된다.승리한 오바마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방출한 다음의 사진은 아주 편안한 카타르시스를 끌어낸다.

 

 

물론 이 사진 역시 연출된 것이 분명하다.오바마의 저 가볍고도 감동적인 포옹 장면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확실히 낙인 찍는 것과 동시에,안온한 평화와 희망을 동시에 표현한다.오바마 뒷쪽의 저 아직은 어두운 하늘은 미국이 처한 현실을 상징하고,그럼에도 미소지으며 눈감고 있는 오바마의 모습은 묘한 믿음을 사진을 보는 미국인들에게 가져다 준다.이런 게 진짜 이미지인 것이다.물론 우리에게 오바마와 롬니는 차악과 차차악의 차이 밖에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진을 바라다보는 박근혜 캠프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을 것이다.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과연 그들의 우두머리가 승리 이후,누구를 포옹해야 할런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4.여기에 영향 받은 우리 각하

역시 매우 사적이고,자신의 추억을 새록새록 기억나게 하는 젊은 시절의 사진을 올렸다.(페이스 북이었던가? 확 패버리고 싶은 패북이었던가..)

 

 

 

(머니 투데이라는 언론사의 사진을 가져온 것은 그의 종교가 '머니교'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그저 우연이다)

 

젊은 시절이란다.태국이란다.원숭이와 함께란다.그는 감회에 젖었을 것이다.대통령이라는 지위를 통해 돈도 많이 벌었고,식솔들과 친지들도 다함께 다 챙겼고,그들 중의 일부가 약간의 거주 이동의 자유를 제한 받고 있긴 하지만,그래도 나중에 그들이 그렇게 큰 불평은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이제 각하는 자신의 젊은 날을 유유히 되돌아보며 저딴 사진을 올리신다.

 

여기에 대한 내 주변의  반응들

1) 저 청년은 어찌하여 최후의 가가멜이 되고 만 것인가.차라리 고양이 아지라엘을 어깨 위에 얹어놓았다면 싶다.

2) 그냥 계속 태국에 머물러서 다른 종류의 국위선양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미안하다,타일랜드..)

3)사실 동물원의 원숭이 사육사가 그의 천직이었던 것이다.(죄송합니다.사육사 여러분들.절대로 당신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요..)

4)진화론의 표본이다..

 

그의 저 사진이 자신이 의도했던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어쨌든 그 와중에 그는 내곡동 특검을 방해하고 거절했다...

 

 

                 -                                    -

(오늘은 지쳤음.여기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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