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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영화들 <RE-MAKE 한다는 것>

신의 영화들/FILM FLOATING

by 폴사이먼 2008. 2. 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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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추운 듯 느껴지는 겨울이다.얼마 전까지도 따뜻한 겨울을 탓하곤 했었는데,인간의 온도 감각이란,아니 인간이 가진 감각적 척도 자체가 정말 간사하게 느껴진다.내가 이어나가는 변함없이 비슷하지만 그래도 약간씩은 다른 일상 속에서,그래도 영화를 보는 경험 만큼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다만 극장엘 가서,극장의 관객용 의자,그 좁고도 옆사람이 신경쓰이는 의자에 앉아서,팝콘을 씹어가면서,아내와 같이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얼토당토않은 상황을 씹어가면서 ,그렇게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일단 극장엘 가려면 집을 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잠깐 동안만이라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사랑에 빠진 처남은 거의 집에서 얼굴을 보기가 힘들고,양가의 부모님들은 최근 스스로의 인생의 소중함을 선포하셨다.(일종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선언쯤 되겠다.) 은별이를 고스란히 맡아야 하므로 영화를 보러 극장씩이나 갈 시간을 찾아낸다는 것,심히 어려운 상황이다.조만간 처남을 협박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말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본다.DVD와 비디오 테이프가 가끔씩 상황을 만회해 준다.그렇게 볼 수 있었던 몇 몇 영화들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하듯 글을 쓸까 한다..

 

1/ JAN <궁녀>

 

2008년 나의 첫 영화는 <궁녀>이다.우연히 선택하게 된 영화였다.선택했다기 보다는 우연히 선택된,처남의 컴퓨터에 파일로 보관되었던 영화였다.공포스러운 상황이나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을 싫어하는 아내는 30분이 못 되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글쎄,이 영화가 무서운 영화였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내겐 씨받이로 시작해서 전설의 고향으로 끝나는 일종의 퓨전영화로 비치기도 했다.거기에 CSI 과학수사대와 <장미의 이름>까지 떠올랐다.이러한 쟝르의 혼합은 어떤 경향이다.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왜 최근의 감독들은 이토록이나 많은 경향들을 한 작품에 몰아넣으려 하는 것일까? 이것은 영화감독들만의 책임이자 경향일까? 혹시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의 소망이 투영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 자극,한 가지 색깔만으로는 이제 만족을 얻지 못하는 관객들이,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상으로 닳고 닳아버린 감각을 자랑하는 관객들이,그 감각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퓨전 성향의 영화들을 은밀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누구보다 관객의 성향에 촉수를 곧추세워야 하는 그들이야말로 관객의 이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생각이 옳다면,선이 굵은 영화들,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복잡한 탐구력을 지닌 영화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더구나 이렇게 스크린이 아닌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 이 상황에서 이런 요구에 대한 수용은 보다 더 절박해질 것이며,영화적 탐구의 깊이는 점차로 얕아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것은 일종의 대세이기도 하다.영화 역시 사회적 조류의 영향을 받는 문화매체 중 하나이므로,현재 우리 사회의 경향,피상적이고 거대하며 경제적이고 소비적인 이미지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영화의 비극적인 유아살해와 연쇄살인을 목격하면서 이렇게 건조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나도 문제가 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없을 때,(아,참,난 이 '몰입'이란 단어가 참 싫다.이 단어는 현재의 천박한 얕음을 만회하려 쓰여지는 반어적인 수사법에 불과하다) 관객은 배우들에게 집중한다.어떤 영화의 컨텐츠가 깊지 않을 때,관객들은 영화의 이미지와 색감들,그리고 익숙한 배우들의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내게 이 영화의 소중한 배우들은 전혜진과 임정은이었다.어떤 분위기 탓이었는지,이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상황들을 잘 극복해냈다.다만 진정한 연기력이라는 건,감정을 마구 발산해내며 격정적인 연기를 토해내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밋밋한 캐릭터,서사적인 긴장이나 변화의 동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 힘이 보여지는 것이다.특징없는 인물을 특징있게 만드는 것,그것이 배우의 힘이다.

 

영화 중 대비(?)로 나오던 예수정이 특별히 기억이 났다.그가 텔레비젼 텔런트 한진희의 부인이었던 것 같은데,내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다.내 기억이 맞다면 정말로 극단적인 반대 방향을 걷는 부부연기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또한 예수정의 어머니는 아마 전원일기의 할머니 고 정애란이었을 것이다.정말 특색있는 배우 가문이 아닌가..

 

1/JAN <헤어스프레이>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보게 된 두번째 영화는 1962년의 볼티모어를 무대로 한 신나는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이다.

 

 

춤과 노래가 있는 영화,그 춤과 노래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기만 하다면,이런 영화들은 언제든지 즐거운 영화가 될 수 있겠다.'초강력 수퍼걸이 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지만,그래도 영화는 재미있고 흥겨웠다.'궁녀'의 으시시함을 십 분 만에 날려버렸다.

 

일종의 소수자들 (뚱뚱해서 경원받는 소녀와 유색인종들)이 날씬하고 인종주의적인 상대방들을 가무로 제압하는 상황.그러나 덜 위험하고 상당히 낙천적이고,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지 않은 영화..상업영화로서는 딱이다.이들의 헤어스프레이는 오존층에 구멍을 뚫지도 않고 잠자는 유아의 호흡기에 위해를 끼치지도 않는다.게다가 승리의 그 순간에 영화는 딱 멈춘다.그들의 후일담을 우리는 모른다.그러므로 그들의 행복은 관객의 가슴 속에 쉽게 전염된다.단 그 행복이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것은 아니며,잠깐의 시간 후에,전혀 위험하지 않은 방법으로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헤어스프레이의 알갱이 입자들처럼 말이다.

 

이 영화의 상황을 2008년의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될까?

자,여기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같은 아이돌 스타가 되길 원하는 147센티미터에 75킬로그램 짜리 소녀가 있다.거기다가 그녀의 백댄서는 베트남 출신의 이주노동자다.그녀는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수만이나 박진영이 운영하는 기획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오디션을 본다.그러나 떨어진다.이유는 물론 외모 때문이다.소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춤과 노래를 UCC로 만들어 인터넷에 띄운다.물병 속에 담긴 편지 같은 이 영상이 어느 날 인터넷 세상을 강타한다.그녀의 이름이 검색 순위 1위에 올라가고 네티즌들은 그 영상을 퍼나르느라 정신이 없다.제2의 폴 포츠니 뭐니 하면서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문다.그 동영상을 보게 된 KBS 인간극장의 제작진이 그녀의 사연을 담아 5부작 시리즈로 제작한다.

 

물론 제목은 '헤어스프레이'가 아니다.'어느 비만소녀의 소망'정도 될 것이다.이게 또 화제가 된다.네티즌들은 또다시 뒤집어지고 이제부터는 간간이 악플이 뒤따르기 시작한다.소녀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는 대박이 나고 그녀의 오디션을 망쳐 놓았던 기획사의 홈페이지는 융단폭격을 당한다.소녀는 아침방송부터 출연을 시작하고 운이 좋다면 '무한도전'에도 출연한다.그리고..소녀는 잠깐 동안 국민들의 시야에서 춤을 추다가 어느 결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시간이 흐른 것이다.이때 TVN의 제작진이 그녀를 찾는다.그녀는 이 방송국 PD의 또다른 계책에 의해서 '실시간 리얼 버라이어티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주연으로 발탁 된다.카메라는 그녀의 일상을,다이어트와 운동프로그램을 24시간 뒤쫓는다.카메라의 앵글은 배꼽티 덕분에 드러난 그녀의 뱃살에 고정되고,괴로워하는 그녀의 찡그린 얼굴에 촛점을 맞춘다.악플의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그 밀도 역시 좀 더 모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완전히 왜곡된 그녀에 관한 소문 마저 떠돌기 시작한다.그녀가 새로 계약한 소속사는 이때쯤 잘생긴 모델 내지 연예인이 아닌 청년과 스캔들 기사를 기획하고,이제 그녀가 원래 되고 싶었던 춤과 노래를 겸비한 엔터테이너라는 꿈은 점점 자신의 원래 길에서 벗어난다...너무 했나?...

 

영화 <헤어스프레이>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이제 명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될 배우들의 면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주인공 트레이시의 '엄마'로 출연하는 존 트래볼타..명불허전..춤 솜씨는 결코 녹슬지 않는다.춤으로 떴고 (토요일 밤의 열기 및 그리스),춤으로 재기했고 (펄프픽션), 이젠 춤 영화를 골라 출연할 수 있는(헤어스프레이) 트래볼타..행복한 배우로 살아가기 시작했다.우아하게 춤을 추던 크리스토퍼 월켄,그리고 한 때의 내 사랑,미쉘 파이퍼..(악역이래도 좋다.볼 수만 있다면)

 

참 부러운 능력들을 가진 배우들이다.거기에 버락 오바마를 닮은 배우,일라이자 켈리.오바마가 이 정도 춤을 추면 그는 바로 대통령이다.

 

 

그리고 놀랄만한 춤과 노래 솜씨를 보여준 제임스 마스덴.그가 <엑스맨>의 사이클롭스였다니..믿어지지가 않는다.

자칫하면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소니 콜린스라는 캐릭터를 그는 능숙하게 연기해낸다.영화의 마지막 부분 쯤,그는 대반전을 제공하는 실마리의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의외의 포스를 발산한다.괜챦은 배우를 발견하는 것도 일종의 재미다.그리고 퀸 라티파의 카리스마는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겠다.

 

이 영화는 죤 워터스의 1988년 영화를 브로드웨이가 리메이크하고 그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영화다.실제의 오리지널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데,오리지널들을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고,다만 이런 소재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싶다. 예의 내 엉뚱한 상상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희비극으로 만들어질 것인가..아님 '미녀는 괴로워'정도의 매끈한 상업영화로 만들어질까?

 

리메이크란 무얼까? 오리지널리티는 어디까지 훼손 가능할까? 조정린이나 박경림에게 니키 블론스키의 대역을 맡길 수 있을까? 아님 출산드라 김현숙이라도 호출해야할까? 김현숙이라면 아마 가능할 것이다..뭐,상상이란 끝이 없는 것이다..

 

3/JAN <나는 전설이다>

 

또 하나의, 오리지널을 보지 못한 리메이크 영화가 바로 이 영화 <나는 전설이다>이다.그런데 오리지널을 보지 못한 채 리메이크 영화를 보게 되면 그 리메이크 영화가 오리지널이 되는 것일까? 그러다가 이제 오리지널을 보게 되면 그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와의 상관관계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정리되는 것일까? 인터넷 때문에,모든 것이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이런 세상에서 오리지널리티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고작해야 셰익스피어나 도스또옙쓰끼 정도만이 오리지널로 살아남게 되지는 않을까?

 

아내는 이 영화가 슬프다고 했다.텅 빈 타임스 스퀘어를 질주하는 머스탱의 모습은 과연 고독하다.마네킹에게 말을 건네는 윌 스미스의 모습은 외롭고 또 괴기스럽다.마치 영화 중반부터 펼쳐질 좀비영화로의 변신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이 고독이 주는 슬픔이 이 영화를 약간 격상시킨다.그리고 이런 고독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영화의 질(quality)이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든,세상의 종말을 다룬 영화가 대개 그러하듯이,이 영화 역시 세상의 구원과 어떤 한 수퍼맨의 희생을 내세우고야 만다.이런 종교적인 방정식은 어떤 강박관념처럼 미국영화 전체를 휘감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구원과 희생의 양태 역시 시대에 따라 그 맥락과 방법을 달리 한다.어떤 때는 장군이,어떤 때는 무법자가,어떤 때는 과학자가 희생자의 시리즈에 주요한 면면으로 등장한다.세상을 구원하는 비장한 희생자의 모습..,영원히 변주될 미국영화의 모습들이며,자꾸만 리메이크되어 나타나고야 말 것이다..

 

5/JAN <굿 저먼>

스티븐 소더버그에,죠지 클루니와 케이트 블란쳇,그리고 토비 맥과이어까지 출연하는 리메이크 아닌 리메이크,그리고 거의 오마쥬에 가까운 과거 영화에 대한 강한 향수를 드러내는 영화가 바로 이 <굿 저먼>이 되겠다.

 

이 장면을 보라.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야 마는 죠지 클루니의 장면이다.어떤 영화가 연상되는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카사블랑카>이다.공항의 분위기와 비행기의 모습,심지어 화면의 질감까지,거의 <카사블랑카>의 백미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의 복사판에 가깝다.이 뿐만이 아니다.영화의 분위기와 거리의 모양,케이트 블란쳇이 사는 아파트의 모양은 <제3의 사나이>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다.스티븐 소더버그가 1940년대 영화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를 보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가장 젠틀하면서도 제임스 본드 같은 이미지에 자신을 낭비하지 않을 줄 아는 죠지 클루니와,비열한 역할이 이렇게까지 어울릴 줄은 미처 몰랐다는 평가가 가능한 토비 맥과이어,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 보다는 오히려 케서린 헵번에 가까운 케이트 블란쳇이 없었더라면,이 영화를 일종의 표절영화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표절'은 욕이 아니다.또 표절보다는 일종의 퓨전 리메이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왜? 왜 소더버그는 이렇게 막대한 자본과 재능들을 동원하여 고작 이런 종류의 리메이크 영화를 만든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어져서? 아님 자신의 오랜 사랑과 꿈을 실현시켜 보고 파서? 거의 60년이 흐른 지금 뭔가 새로운 쟝르적 실험을 하고 싶어져서?

 

이유를 알 수가 없다.물론 나라도 영화를 만드는 능력과 마음대로 써도 상관 없는 돈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자신의 헌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자원은 유한하고 능력 역시 노력만 가지고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천재란 타고 나는 것이어서,약간의 지적 능력만 가지고서 흉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능력이 운과 결합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운이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리메이크다.리메이크란 그저 리메이크에 멈추어 서서는 안 된다.다른 리메이크여만 한다.다른 종류의 색감,색깔,개성을 분명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굿 저먼>은 그런 의미에서 실패한 영화이다.그러나 '그런 의미'에서만 실패했다는 뜻이다.나는 이 영화를 참 즐겁게 보았고,한 번 더 보래도 볼 것이다.그러나 세 번은 아마 보지 않을 것이다..

 

7/JAN <지존무상>

무심코,<지존무상>을 꺼내 들었다.홍콩 카지노 무비의 최고봉.죽음과 의리와 사랑이 3박자가 되어 얽힌 옛 시절의 영화,1989년에 나온 영화이니,이제 거의 만들어진 지 30년이 되어 가는 영화이다.

 

 

지금도 나오는 유덕화와,알란 탐 또 관지림이 등장한다.많은 여성 관객들을 실신하게 만들었던 장면,독주를 마시고도 중독되지 않은 것처럼 태연히 사랑하는 여인을 에스코트해 가던 유덕화의 장면은 지금 보아도 흥미진진하다..

 

그 유덕화..지금도 나온다.지난번에 안성기와 <묵공>에도 등장했고 이번엔 이연걸과 <명장>에도 나온단다.유덕화는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묵공>에서의 유덕화는 차분한 철학자의 모습을 연기했다.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그는 여전히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홍콩 영화를 받치고 있는 분명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관지림을 비롯한,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주름잡던 여배우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한국의 여배우들은 아줌마 역할로라도 그들의 수명을 이어나가고 있고,어떤 여배우들 (예를 들어 이미숙)은 지금도 주연급의 활약을 하고 있는데 비하여,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을 휩쓸던 그 많던 홍콩의 여배우들,임청하 왕조현 종초홍 장만옥 막문휘 유가령 매염방..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어떤 이는 영화를 떠났고 어떤 이는 사망했으며 일부는 지금도 활동하지만 어쩐지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대부분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났으며,1990년대 초반에 ,채 서른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스크린에서 사라져갔다.물론 장만옥이나 유가령 처럼 계속 영화에 나오는 이도 있지만 뭔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을 스크린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홍콩영화의 몰락 때문일까? 아님 홍콩 영화의 기본적인 성향 때문일까? 홍콩영화의 약점 자체가 바로 그 '젊은 정서'에 있지 않았을까? 인생의 깊은 부분이 아닌 찰라적인 젊음에 열광하고 집착했던 구조적인 맹점 자체가,죽음과 사랑,우정과 폭력에만 매몰되어 20대적인 감성에만 매달렸던 홍콩영화의 정서 자체가 그들을 몰락하게 했으며,그 필연적인 결과로 젊은 여배우들의 대거 실종사태가 빚어졌던 건 아니었을까? 이 여배우들의 집단적인 사라짐은 홍콩영화의 몰락의 결과가 아니라,홍콩영화의 약점 그 자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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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보았으나 아직 정리하지 못한 다른 영화들.<스트레인저 댄 픽션>,<원스>,<아메리칸 갱스터>,<러시아워>,<행복>..다음 번에 써야 겠다.빨리 집에 가서 전을 부쳐야 되니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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