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이름에 지나치게 경도된 관객에게 이 영화는 '대체 부성'으로서의 빌 머레이를 제시하는 것처럼 여겨질런지도 모르겠다.더구나 어디서 많이 보고 들었던 소재와 스토리가 영화 내내 나열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사실 영화는 그렇게 독창적이지는 못하다)
그러나 아니다.이 영화의 심통 맞고 주책 투성이에 왕고집에 배울 것 하나 없는 이웃집 노인 빌 머레이는,아빠가 떠나버린 소년에게 있어서,철저하게 친구이고 철저하게 사람이다.사실상 빌 머레이는 소년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적당히 배려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무시한다.무너진 자신의 삶과 그 삶의 비도덕적인 일면을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이런 생뚱맞은 건조함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흔하지 않다.빌 머레이가 딱이다.우리나라로 치면 백윤식 정도가 되겠다.(백윤식은 모하나.연애사는 이제 종지부를 찍지 않았는가..)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빌 머레이와 소년은 서로에게 아버지와 아들이다.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늙고 쇠약해지면 -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에게 피난처가 된다.친구가 되어서 서로를 방어한다.그래서 빌 머레이는 영화 말미에 밥 딜런의 shelter from the storm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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