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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영화들 11.마지막 몇 편의 영화들에 관한 메모..

신의 영화들/FILM FLOATING

by 폴사이먼 2013. 12. 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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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정말로 다 갔다.특히 12월 체력에 좀 부칠 정도로 많은 송년회 스케쥴을 끝내자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숫자가 되고 말았다.사실 2013이란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삶은 계속되고 쇼도 계속되고 영화도 계속 된다.우리는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올라타고 삶의 종말을 향하여 달려 가고 있다.2013년에 보았던 중요한 영화들에 대한 글을 써 보려던 내 계획도 이렇게 끝나 간다.이제 마지막 몇 편이 남았는데,그 중 홍상수의 <우리 선희>,폴 토마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 ,그리고 김기덕의 <뫼비우스>에 대한 글은 내년 초로 연기한다.이 영화들은 메모로써 대체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이제 몇 편 안 남았다.2013년의 영화들..

 

먼저 젊음에 대해 다루었던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월 플라워

 

 

 

 

이 영화에 등장했던 믹스 테이프.좋아하는 노래들을 컬렉션하여 레코딩해서 소중한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했던 작은 노력의 결정체.언젠가 내가 만들었던 몇 개의 믹스 테이프들.영화는 그 시절 누군가에게 주었던 소중한 멜로디들을 고스란히 생각나게 했다.

 

영화가 청춘의 어두운 내면으로 깊숙히 들어가지는 않지만,오히려 그렇게 할까봐 조마조마하게 할 정도로 몰입감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영화다.배우들과 에피소드들,그리고 음악의 조합들이 내러티브의 엔딩 만큼 관객을 행복하게 한다.

 

원데이 (론 쉐르픽)

 

 

 

사랑의 가혹하면서도 감미로운 모멘텀,그 터무니없이 극적인 기회비용,자학적일 수 밖에 없는 순간들, 그리고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향해야 할 무모함,그리고 사랑 이후에나 찾아오게 되는 현명함..그 모든 사랑의 속성들에 대한 예쁘고 아름다운 영화였다.깨알같은 재미와 여백들이 넘쳐 난다.그러나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 에듀케이션>을 만들었을 때의 반짝거림이 다소 없어진 감독 론 쉐르픽이 아니라 주연 여배우 앤 헤서웨이다.자신의 커다란 눈망울을 이용할 줄 안다.

 

블링 링 (소피아 코폴라)

 

 

 

아빠 보다 나은 딸이 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소피아 코폴라에 대한 기대 섞인 의문 때문에 보게 된 영화.그런데 아빠의 깊음과는  확연히 다르다.소피아의 깊음은 냉정한 건조함에서 비롯되며 현대적인 표피성에 대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이 영화는 평작,그러나 디테일엔 무지하게 강하다..

 

테이크 셸터 (제프 니콜스)

 

 

 

미국인들이 가지는 전존재적 불안에 대한 정밀한 리포트처럼 보이던 이 영화는,그 잊을 수 없는 엔딩 장면에 이르러서,영화라는 예술 쟝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반전씬을 예리하게 투척한다.결국 불안과 종말에 대한 인간의 감각은 예지이며 감염이고,한 사람의 죽음은 모든 사람의 죽음인 것이다.

 

가장 개성있었던 2013년의 영화.

 

퍼시픽 림 (길예르모 델 토로)

 

 

 

 

덕후의,덕후들을 위한,또한 덕후양산체제를 노린,그럼에도 결국은 성공한 덕후영화.

 

내러티브는 겨우 가벼운 뼈대만 남겨놓았고,캐릭터들을 생각하자면  아예 주인공도 불분명해 보이며,'드리프트'를 제외하면 영화적 아이디어 역시 돋보이는 것이 없다.그럼에도 압도적이다.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영상화하고 형상화해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

 

미국의 태평양 방어전략과 무관한 나라들이 만든 예거들도 대거 등장하지만,전사하는 순서는 미국과의 친밀도와 아무래도 상관이 크다.

 

비스트 (벤 제틀린)

 

 

 

미국 남부의 허리케인과,또 모기지론 사태에 이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채무자들에 대한 강제 퇴거,거기서 생겨난 수많은 홈리스들의 존재 때문에,이 영화의 판타지에는 묘한 리얼리티적 존재감이 곁들여진다.거기에 참으로 인상적인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감성의 깊은 부분을 건드려는 데 성공한 영화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더 나아가지는 않는다.관객으로서는 감독 벤 제틀린의 다음 영화와 주연 여배우 쿠벤자네 왈리스의 차기 출연작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다..그렇게 된다..

 

제로 다크 써티 (캐스린 비글로우)

 

 

 

현존하는 영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전쟁 상황을 잘 찍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캐스린 비글로우의 빈 라덴 암살 작전에관한 일종의 서사극.깜짝 놀라게 유능한 여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의 시선을 따라가던 관객의 눈은,그러나 마지막 카나리아 부대의 암살 작전에 이르르면 심각한 균열을 감지하게 된다.어쩌면 그 균열이 이 영화의 핵심일런지도 모른다..

 

즉 영화가 돌연 네이비씰의 동선에 관객의 시선을 복속시키려 할 때,그간 영화를 이끌어오던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의 캐릭터적 동력 그리고 다소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던 비글로우의 반쯤 미국적인 이데올로기,그리고 충분히 논쟁적인 고문 장면들의 함의들까지,모든 것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비글로우는 이 갑작스런 영화적 요소들의 실종을 현실 역사의 적정한 모사라는 틀로써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그런 형태의 액션이 이 사건 전체에 대한 관객 각각의 시선을 한꺼번에 붙들어 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지는 못한다.그러자 마야의 마지막 눈물의 무게가 현저하게 약해졌다.

 

마진 콜 (J.C. 챈더)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금융 스릴러인 이 영화는 마치 폐쇄된 공간 안에 갇힌 인물들을 그린 재난영화처럼 스스로의 내러티브를전개한다.즉 캐릭터들은 월 스트리트 건물 안에만 갇혀 고갈되고 자멸한다. 때문에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이 다뤄지지 않는 것은 자명하게 되며 진짜 금융피해자들의 모습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게 된다.좀 아쉽다.

 

따라서 이 영화들을 장식하는 명배우들의 연기 에너지 역시 그들 상호간의 갈등 상황 때 보다는,혼자서 모노드라마를 할 때 더 극적으로 발산된다.더 아쉽다..

 

이왕 배우들 얘기가 나온 김에 2013년 최고의 배우들과 연기들을 생각해 본다.그리고 2013년의 영화 글을 끝낼까 한다.이따가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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