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얘기할 뮤지션은 미국에서 활동했던 folk rock 그룹 america다.알파벳 순서로 음악인들을 얘기하고 있는데,이제 A-m의 순서를 거치고 있으니 세상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죽기 전에 끝낼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다.(그러나 가급적이면 끝내고자 한다)
america는, 이름이 america이긴 하지만 사실은 멤버 중엔 영국인도 끼어 있고,또 그룹의 멤버들 역시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만난 사이들이다.이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로 미국과 영국을 왔다 갔다 하며 근무하던 미국 군인들의 아들들이었던 거다.그리고 이들의 어머니들은 또 영국인들이다.그러면서도 왜 하필 america 를 팀의 이름으로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들의 음악을 들어 보면 미국의 어떤 특징이 이들을 미국으로 인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다.
가령 그런 것. 미국의 넓은 대지,하늘,햇빛,야성적인 자유,1960년대의 노마드적인 분위기..
dan peek,gerry beckley,dewey burnell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1970년대 초에 이르러 인기 그룹으로 성장하였는데,특히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지 마틴을 만나면서 발표했던 일련의 작품들은 이들을 대표하는 명반으로 자리매김되었다.
a horse with no name,sister golden hair,그리고 팀이 부분해체되고 일정 기간의 슬럼프를 겪은 이후 발표했던 you can do magic같은 노래들은 우리나라 팬들의 귀에도 매우 익숙한 노래들이다.그러나 오늘의 노래는 ventura highway다.언젠가 같이 노래했던 사람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진 애를 써봤던 기억 때문이다.노래 시작 부위의 깔끔한 기타 리프를 흉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물론 잘 연주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러나 당시의 우리는 이 노래에 급격하게 매료되었었다.왜였을까,무엇 때문이었을까..
노래를 들어보자.
America - Ventura Highway
Chewin' on a piece of grass walkin' down the road
tell me, how long you gonna stay here Joe?
Some people say this town don't look good in snow
You don't care, I know.
Ventura Highway, in the sunshine
Where the days are longer
The nights are stronger than moonshine
You're gonna go I know
Cause the free wind is blowin' through your hair
and the day surround your daylight there
Seasons cryin' no despair
Alligator lizards in the air
Wishin' on a fallin' star
Watchin' for the early train
Sorry boy, but I've been hit by purple rain
Aw, come on Joe, you can always change your name
Thanks alot son, just the same
Ventura Highway, in the sunshine
Where the days are longer
The nights are stronger than moonshine!
you're gonna go, I know
Cause the free wind is blowin' through your hair
and the days surround your daylight there
seasons cryin' no despair
Alligator lizards in the air
in the air
그때 우리가 이 노래에 정말 급격하게 매료되었던 것은 맑은 보컬, 깨끗한 하모니,정갈한 기타 사운드가 아닌 다른 어떤 것,즉 이 노래에 흐르는 젊음의 정서,또 그 정서의 기반을 이루는 일부 노랫말과 단어들 때문이 아니었을까.가령 이런 단어들.
highway.길.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어디론가로 떠나려는 기운과 분위기.
free wind.시민적인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훼손받던 1980년대 중후반의 그 시절은 free와 wind라는 단어 자체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이었다.(그런데 그런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이런 매저키스틱한 경향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리고 purple rain,나중에 프린스가 자신의 노래제목으로 카피했던 퍼플 레인.그 강력한 색채 감각.그 우울하면서도 가녀린 어두움.바로 어떤 젊은 날의 정서.
게다가 이 노래엔 일정한 정도의 서사가 있다.서부로 떠나는 미국 젊은이의 이야기 (흔히 말하는 go west young man),그리고 그가 만나는 길 위의 노인.아주 예전에 길을 떠나서 이제는 추레해지고 괴퍅해지고 툭툭거리지만,삶과 길 위의 지혜가 담긴 경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노인..젊은이는 바로 그런 노인을 만난다.길 위에서.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길 위의 인상이다.그리고 젊음의 인상이다.젊음이란 영혼의 무게가 가장 가벼운 어떤 시기,그리고 삶의 디테일에 속박되고 관계에 구속되며 각종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얽히기 전의 어떤 시기를 가리킨다.이 젊은이가 목적지도 알 수 없는 여행을 나섰을 때,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바로 오래 전 그 젊은이처럼 여행을 떠났던 어떤 사람이다.
그들은 시차를,그리고 시간대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쌍둥이 같은 존재들이며,그들 사이의 관계가 아무리 커다란 괴리를 보이더라도 영혼의 교감이 가능한 어떤 지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 노래의 젊은이가 만난 사람도 그렇다.그의 이름은 죠이며,젊은이는 죠에게 길과 지금 도착한 마을의 인상,그리고 얼마나 '이곳에 머무를 거냐'고 묻는다.죠의 대답은 간결하고 무뚝뚝하다.한 마디로 별말 없다.그는 그냥 표정으로 말한다.마을이 덥든지 춥든지,아니면 낮이던지 밤이던지, 죠가 또 어디론가로 떠날 것이라는 것을 결국 젊은이는 알아챈다.그리고 그의 머릿결 사이로 불어가는 자유의 바람을 느낀다.그리고 시간 따위는 아랑곳 않는 그의 시간관념에서 또다른 자유를 느낀다.
그 젊은이의 앞날이 그 어떤 형태로 펼쳐진다 해도,그가 좌절하거나,그가 타협하거나,심지어 그가 변절한다 할지라도,이러한 만남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이것이야말로 젊음의 결정적인 만남이고,영혼에 새겨지는 순수한 낙인이다.그 낙인의 형태는 purple rain이라는 단어로 상징된다.죠는 젊은이에게 오래 전 자신이 만났던 보라색 빗줄기의 강력함에 대해 이야기하고,그런 종류의 강력함이 자기의 인생을 지배했노라고 읊조린다.
purple rain.이런 종류의 감각이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젊은 시절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purple rain을 만난다.그리고 그 색감의 다양함과 변화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살아가다가 죽는다.나이가 들면 결국 어딘가에 머무르게 되고 자신의 존재 근거를 마련하게 되지만 과거의 반짝임 조차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마음 속의 바램과 소망,그리고 빛나던 기억은 그 누구에게도 존재한다.그것이 어떤 형태의 기억인지가 그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다.언제까지나 마음 속 감옥에 은폐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머물러만 있던 사람들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그들이 잘못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내 존재 자체가 움직이는 사람들,떠났던 사람들을 찾아헤매기 때문이다.그러나 언제까지나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언젠가는 멈추고 만다.그것은 생명의 자연스런 양상이다.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반복해서 떠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삶이 언제나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떠난 그곳에도 여전한 삶이 있고,여러번 떠난 이들은 더 이상 신선한 삶과 새 기운을 발견하지 못한다.노마드로서의 인생 역시 언젠가는 멈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기억? 인상? 경험? 수많은 어떤 잔재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교양과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것이다.교양과 인문학적 소양은 대개 젊은 날에 결정되어 버린다.예를 들어 책.나는 25세 이후에 읽는 책은 25세 이전에 읽는 책과 다르다고 생각한다.젊은 날의 책은 지식이 아니다.그것은 감각이고 영혼이다.그것은 우리가 삶을 위해 습득하는 교과서적 지식이 아니다.그것은 체내의 세포 속으로 깊숙하게 잠입하고 두뇌의 맨 밑바닥에 가라앉는다.그리고 두뇌 속의 어떤 영원한 순환에 의거하여 그 사람의 인생에 깊게 간섭한다.
물론 이것은 입시 지옥과 취업난의 공포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겐 통용될 수 없는 성질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요새 아이들은 책 마저 대학 합격과 취업을 위해 읽는다.이것 또한 하나의 조건이다.현재의 근본 조건이다.
그러나 25세 이전에 인문학적 내면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불행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그녀,최고의 예비권력자 박근혜씨.그녀가 5.16 쿠데타에 이어서 인혁당 사건에 보인 입장.이것이야말로 이 사실의 결정적인 증거이다.그녀의 25세 시절.그녀는 청와대에 있었다.나는 그녀가 어떤 책을 읽었으며,어떤 여행을 했으며,어떤 떠남을 즐겼는지 알지 못한다.그녀는 자신의 젊음에 대해 밝힌 적이 없다.어쩌면 젊음 자체가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또한 그녀의 젊음 부재가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혁당 발언을 통해 그녀 젊음의 일단을 엿볼 수는 있다.그녀는 인혁당 사건에겐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했다.다시 말해 그녀의 머릿속 시계,인문학적 시계,경험적 소양은,인혁당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고 그 관련자들이 적절한 법적 구명 절차도 밟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 그 지점에 멈춰 있다.그녀의 나이 20대 중반에 벌어진 그 사건에 대한 그녀의 일방향 시각은 단순히 그녀가 수구적이고 유신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25세 이전에 그녀가 자신의 내면에 쌓아올렸던 내용물의 상징과 색깔,그리고 영원히 그녀 내면에 축적된 침전물의 성질,그리고 25세 이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녀 내면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는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아무리 '바꾸네' 해도 젊은 날의 영향은 영원히 그녀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강인하다.MB 같음 적어도 거짓말 하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조차 그렇게 하지 못한다.어떤 결정적인 순간? 바로,70년대에 벌어진 일들,그녀가 젊었던 그 시절,그녀가 정치의 한복판에서 보았던 일들을 경험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회상할 때,그리고 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야 할 때,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쌓아둔 스스로의 교양과 경험을 꺼내들고야 마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그녀는 지금 대통합을 외치며 사람들을 만나고 악수한다.어떤 곳에서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환대받기도 한다.대통령이 되겠다는 욕망을 위해서이다.그래서 한바탕 퍼포먼스를 연출 중이다.그러나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나 올곧은 사람이다.확실한 쇼 장면이 잘 연출되지 않는 것이다.그러다보니 요사이의 그녀 얼굴에선 거의 분열에 가까운 감정이 감지된다.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얼굴,천민들에게 임하셔야 하는 귀족의 혐오와 비슷한 표정이다.(그녀에게 조만간 상담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녀가 5.16쿠데타를 변호하는 것이,인혁당 사건과 같은 일에 대해 엉뚱한 동문서답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빠에 대한 효성 때문이라고 착각한다.천만의 말씀이다.그것은 거의 완벽하게 그녀 자신의 의견이다.그녀의 젊은 날이 반영된 그녀의 확신이다.그녀가 연기를 잘 하지 못하는 것 역시 그녀의 젊은 날 때문이다.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고속도로에 서 보지 않았으며 히치 하이킹도 하지 않았고 무전여행 같은 단어는 아예 그녀의 사전에,아니 수첩엔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이런 그녀 젊은 날의 낭만부재가 어떤 결과를 낳을런지,,좀 공포스럽다.
그러나 그녀와 유사한 젊은 나날을 보낸 사람들,그녀 부류의 통치자들에게 통치당한 신민들도 너무나 많다.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왜 가난한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그러나 알 이 역시 그렇게 알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어찌 보면 그런 매저키스틱한 태도는 일종의 존재증명인 것이다.자신의 젊은 나날에 대한 존재증명이란 뜻이다.인간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순간 자기의 설 자리 일부를 잃는 것이다.그리고 정말 용기있는 인간들은 그런 상실 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이번 대선은 시간과의 싸움임과 동시에,후보들의 젊은 날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가에 대한 평가,나아가서 우리 아이들의 젊은 날의 초상에 대한 거대한 내기를 건 전투이기도 하다.각 시간대에 걸친 젊음을 걸고 내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가장 낭만적인 젊은 날을 보낸 사람에게 투표할 작정이다.차선을 선택하게 되는 불행이 오지 않았음 한다.가장 낭만적인 후보가 누구냐고? 낭만을 낙망으로 바꾸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AMERICA의 노래 하나를 더 소환할까 한다.주요 멤버들이 빠져나간 다음 투어에만 열중하며 새 앨범에 실패하다가 재기의 발판을 놓았던 노래다.
제목은 YOU can do magic! 모든 승부엔 매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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