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야말로 의문의 배우다.그는 마치 홍콩의 그 기라성 같은 배우들처럼 대부분의 연기를 다 할 줄 안다.아트 무비에서도,B급 영화에서도,블록 버스터에서도,그는 일정 부분 이상의 만족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실망시키는 법이라곤 거의 없다.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에게 '대배우' 혹은 '명배우'의 칭호를 붙이지는 않는다.그냥 엑셀런트다.
영화 바깥에서도 가끔 가십거리에 오를 정도로 (종교적 성향이나 이혼 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의 해프닝 같은) 예외적인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대대적인 손가락질 속에서 몰락을 겪을 정도는 아니다.분명히 해괴한 스캔들에 휩싸인 적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잘 넘어갔다.(사실 그는 데뷔 초기에서부터 8년 연상의 미미 로저스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키가 작다.선한 눈매이지만 평소 하는 것 보다 몇 초 정도 더 시선을 그의 눈동자에 고정시켜 보면 의외의 사악함을 발견할 수도 있다.(마이클 만이 <콜래트럴>에서 그렇게 했다) 80년대 하이틴 로맨스물에서부터 그는 웃통을 벗어제끼며 근육을 과시했고 작은 키가 아랑곳없는 매력을 과시했다.그너나 아무도 톰 크루즈를 아름다운 육체라는 단어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의 육체 역시 분명한 늙음을 경험했다.그의 외모도 어느 정도는 늙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아주 늙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오히려 몸의 부분 부분에서 예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젊은 광채들이 문득 문득 발견되기도 한다.늙음과 젊음이 그의 육체 속에서 물리학적인 대형을 이루며 서서히 요동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의 육체는 뱀파이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내가 생각하는 뱀파이어는 그저 일반적인 불로불사와 흡혈의 존재인 것 만은 아니다.진짜 뱀파이어는 몸 속 여러 부위에 여러 시간대를 숨기고 있고,그 시간대들의 우연하고 기이한 조합에 의해 연금술을 가능하게 한다.(물론 그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라는 영화에 출연했었다.그의 이런 1990년대의 필모그래피가 나로 하여금 그를 뱀파이어라는 개념에 연결시켰을런지도 모른다.그러나 그와 함께 뱀파이어로 나왔던 브래트 피트는 뱀파이어가 아니다.그는 지금 빵아저씨다)
그의 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역시 오로지 그가 기반이 된,그러니까 톰 크루즈라는 중심을 통해 돌아가는 하나의 우주다.오래전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미션 임파서블>이라는 TV 시리즈를 기억하는 나는 그를 에단 헌트로 만든 헐리웃의 결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미션 임파서블>은 철저한 콤비 플레이의 세계였다.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느슨하지만 정확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미션을 완수하는 부드럽고 명랑한 시간이 TV 속 <미션 임파서블>의 세계였다.(우리나라 TV에서의 이름은 아마 <제5전선>이었을 것이다)
나는 톰 크루즈가 어떤 조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더더구나 <미션 임파서블>이라니..적어도 스릴러나 첩보 액션물에서 그가 어떤 조직 내부의 인사이더가 되는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는 뜻이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TV 시리즈 <제5전선>을 전제했던 것이었고,영화판 <미션 임파서블>에서의 톰 크루즈는 자신의 영화적 자아와 개성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즉 그는 여전히 혼자였다.IMF라는 조직에 속해 있고 능력 있는 조력자 친구들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따로 놀았다.세계 곳곳에 출몰하는 그는 그가 속한 조직의 체계와는 영 맞지 않았다.그는 어디까지나 또 언제까지나 홀로 움직였다.영화는 그의 이러한 존재적 특성을 따라 갔고,그는 결국 쫓기는 사람이 되었으며 사랑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제이슨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그렇다.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이지 맷 데이먼이 아니다..)
남은 것은 오직 그의 육체였는데,<미션 임파서블>에서 보여주는 톰 크루즈의 액션이 가공할 만한 위험도를 띠게 되었던 것은 크루즈와 영화가 관계를 맺는 근본적인 원칙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영화는 어쩔 수 없이 좀 더 극한적인,좀 더 무한에 가까운 육체적 도전에 나서게 되었는데,톰 크루즈 또한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미션을 수행했다.마치 시지프스처럼,그러나 알 수 없이 유연하고 거의 생래적인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다섯번째 시리즈 <로그네이션>에서 크루즈가 떠안은 짐을 나눠 맡은 것은 여성 캐릭터 일자(레베카 퍼거슨)였다.그런데 그녀는 다분히 여전사다.그리고 크루즈에 대항하여 독립항으로 위치했다.
하긴 이제 중성적인 마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한 에단 헌트의 파트너로서 더 이상 곱고 사랑스러운 여성 파트너를 내세우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일사란 파트너는 물론 톰 크루즈-에단 헌트의 거울상 같은 존재다.이중 스파이이며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고 강력한 육체적 힘을 갖춘 데다가 영화 내러티브 속에서의 섹시함을 자유롭게 밀고 당길 수 있는 캐릭터로서의 일사는 하나의 영화적 성공이다.
나는 뱀파이어로서의 톰 아저씨의 앞날이 너무 궁금하다.그리고 그가 더 이상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에 나설지 안 나설지엔 전혀 관심이 없다.다만 그가 영화 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뱀파이어 캐릭터를 갖춘 배우로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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