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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PART7 - <세계의 인민>

신의 영화들/이백 편의 영화

by 폴사이먼 2009. 2.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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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스틸 라이프>의 마지막 장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철거 작업을 함께 하던 동료들과 광산촌을 향해 떠나가려는 한산밍이 문득 뒤를 돌아보는 순간,건물과 건물 사이에 매여진 줄에서 위험하게 줄을 타는 한 사람이 그의 시야에 들어 온다.

 

장면2.1979년 동대문 야구장

 

1979년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부평의 인형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아버지는 그로부터 한동안을 직업 없이 지내셔야 했다.그때 나와 아버지가 주로 가던 곳은 동대문 야구장이었다.달마다 열리던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보기 위해,아버지와 나는 아침 일찍 시내버스를 타고 야구장으로 출발했고,점심밥은 야구장 안에서 팔던 햄버거로,저녁밥은 야구장 바깥에 언제나 서 있던 간이버스에서 팔던 가락국수로 때웠다.

 

그 여름과 봄과 가을에,나는 전국의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의 이름을 다 외웠다.

 

이 운동장은 철거되고,거기엔 쇼핑몰이 들어선다.

 

장면3.추억의 철거

 

이제 칠십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와 나는 동대문 야구장의 철거에 다양한 각도로,또 여러 사람들을 향해서 화를 냈다.없어지는 우리의 추억 대신 그 곳에 들어서게 될 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건물들에 대해 생각하며,모든 종류의 개발은 항상 옳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 얘기했다.아버지는 쓸쓸한 심정을 감추지 않으셨고,나는 로마의 콜로세움과 스코틀랜드의 드루이드교 유적들을 생각해냈다.베를루스코니도 아파트를 짓고 싶어 할까?

 

 

장면4.싼샤댐

 

중국은 싼샤댐의 위용을 전세계에 자랑하고 싶어 한다.

 

언론이 완전히 통제된 중국의 인민들이 저 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오히려 해외환경단체의 항의가 더 거셌다.중국의 환경운동가 한 사람은 싼샤댐의 환경파괴에 대해 독일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가 정체 모를 괴한들에 의해 테러를 당했다.

 

장면5.항의,그리고 113만명

 

<스틸 라이프>의 주인공 한산밍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펑지에 지역의 건물들을 철거하는 일을 한다.노동자들은 모두 웃통을 벗고 근육을 드러낸 채,해머를 동원해서 건물을 때려 부순다.

 

반면 주민들은 모두 자신의 터전을 떠나야 하고,대도시 지역으로 흘러들어 이른바 '농민공'으로 변신한다.그들의 주소지는 모두 다 물에 잠겼고,다시는 옛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이렇게 113만명의 이주민이 발생했고 1700여개의 마을이 수몰됐다.적절하지 못한 정착금과 이주 정책에 주민들은 계속 이의를 제기했지만,중국 정부에게 있어서 100만명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숫자였다.

 

<스틸라이프>의 감독 지아쟝커는 주민들이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장면을 영화에 집어넣었지만,중국정부는 이 영화의 상영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그에 화답했다.

 

 

(영화 속 주민들이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는 장면이다.꼭 이 장면 때문에 상영불가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닐 것이다)

 

장면6.용산

 

정부와 경찰 특공대 그리고 건설재벌들이 동원한 용역들은,전국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들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작전계획을 짜냈다.본때를 보이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전두환과 그의 똘마니들도,바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 광주를 진압했다.그들의 작전명은 '화려한 휴가'였다.

 

장면7.스미스 요원

 

이 작전의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김석기가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새로운 경찰청장이 임명될 것이고,김석기는 새로운 정부보직을 부여받을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가 옳았다.그들의 혁명적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없애도 없애도 새로 태어나 끝없이 키애누 리브스를 뒤쫓는 스미스 요원이 등장한다.김석기는 몇번째로 복제된 스미스 요원일까?

 

장면8.마오

 

<스틸 라이프>의 여주인공 셴홍이 싼샤를 떠나며 타고 가는 유람선에서는,싼샤 지방의 풍경과 곧 이곳을 지배하게 될 싼샤댐의 완공과정을 기록한 비디오테이프가 상영되고 있다.그 기록영화에 따르면,이 댐의 완성은 모택동과 등소평을 위시한 모든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염원이 담긴 대역사라며,그 지도자들의 모습을 차례로 비추어주고 있다.

 

그 테이프 어디에도 쫓겨난 이주민들과 거의 재앙에 가까울 수 있는 환경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장면9.윤동주의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붉은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젊은 시인 윤동주는,일제 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고통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그것과 동일시했다.이것은 예수의 종교적인 열광의 한 원인을 설명해 준다.예수는 민중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느꼈던 것이다.그가 과감하게 십자가 위에서 자살을 감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자신의 죽음을 전인류의 죽음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며,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꼈기 때문이다.(적어도 윤동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예수의 위대한 점은 - 그 모든 기존의 정통교리와 교회 제도의 부조리한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바로 여기에 있다.그는 망설이지도 않고 자신의 모가지를 드리웠으며 꽃처럼 붉은 피를 흘렸다.그래서 그는 괴롭지만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가 되었다.

 

 

오른쪽 끝 학생이 윤동주 시인이다.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예수였던 문익환 목사다.

 

   - 계속-

 (많이 지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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