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사이먼 2006. 7. 7. 00:12

 

조금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이 곳에 거의 들르지 않다가 들렀다.원래 그런 것 같다.복잡한 일들은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언제나 나쁜 일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심란한 와중에도 좋은 일이 꼭 생겨나는데,우린 그런 걸 잘 못 느끼고 있다고 말이다.그런 것이 인생의 진행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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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나를 돌이켜보며,내 삶에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온다.복잡스런 고려나 간단치 않은 계산마저 전부 다 제외해버린다면 더욱 더 그렇게 된다.

나는 그저 '편안함'을 원한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평화'다.

'평화'와 '편안함',어딘지 굉장히 유사할 것 같은 이 단어들은 실은 대단히 감각적이다.이 두 단어는 각 개인의 감각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의 파장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내 감각'에 의해서 그 단어들을 느낄 뿐이다.내가 이 단어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수많은 '평화'와 '편안함'이 곳곳에서 깨어나고 말은 수천 수백개의 스펙트럼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의 평화는 세계전체의 평화를 담보로 할 것이며,또 다른 사람들의 평화는 무지막지한 자본가들이나 불량경찰국가 미국의 퇴조를 전제로 할 것이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자기 연인이나 가족들의 무사함이나 행복함이 가장 우선일 것이며 또 다른 어떤 사람들에겐 자기 내면의 유려한 고요함이 없이는 아무 것도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평화 속엔 쟁취와 전투가 포함될 것이며,또 다른 편의 사람들에겐 모든 쟁취와 전투가 죄다 무의미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다섯 개인지 여섯 개인지 일곱 개인지는 불분명하지만,그들이 쏘았다는 것은 미사일이다.살상용 무기다.미국은 그 미사일에 '대포동'이란 이름을 붙였다.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참으로 적절한 명명이다.미사일이야말로 왕대포니까..

북한은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단발성 불꽃놀이를 감행했다.물론 미국 역시 전쟁을 통해서 독립을 얻어냈다.북한은 이벤트 만들기에 대한 개념이 있다.생각보단 예술적인 사람들이다.(블랙 코미디의 달인들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자주권을 역설하든,우리가 동북아 전체 정세를 고려하든,이면에 6자회담과 북미 양자협상에 관한 전망이 숨어있든,가장 고통받는 것은 부시도 김정일도 고미즈미도 아닌 남북한의 인민들이다.

진보진영이 북한문제에 대해서 자기잣대로 이루어진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또한 박정희가 민족을 위한 '핵'을 개발하려다가 미국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설을 좋아하는 사람들,'대포동'에 대해선 어떤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미사일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지 않는가? 그 대포동 말이다.그러나 북한이 누군가를 해하려는 목적을 가진 기계를 실험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는 말자.그 대포동 말이다.


북한 발 불꽃놀이 소식을 들으면서 뜬금없이 김성도 선생님의 동화 '대포와 꽃씨'가 생각났다.

이 동화는 분명한 이유도 없이 서로 사이가 나쁜 나라인 남쪽나라와 북쪽나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어느 날 ,남쪽나라 궁전과 시청들의 앞마당에 폭탄이 투하된다.북쪽나라에서 쏜 것이 틀림없지만 불발탄인지 터지지는 않는다.포탄의 겉엔 포탄 속에 꽃의 뿌리가 들어있다고 쓰여있다.검사 결과,사실이다..

남쪽나라는 고민에 빠진다.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의견들만 분분한 가운데 아까부터 조용히 앉아만 있던 신하 한 사람이 나선다.

- 임금님,옛부터 이는 이로 갚고 눈은 눈으로 갚으란 말이 있쟎습니까?
-그래서?
-꽃은 꽃으로 갚아야 합니다.
-꽃으로 갚다니?
-북쪽나라에서는 꽃의 뿌리를 포탄으로 썼으니,우리는 꽃씨를 포탄으로 쓰는 게 좋겠습니다.

남쪽나라는 북쪽나라를 향하여 꽃씨포탄을 날린다.꽃씨의 숫자가 꽃뿌리의 숫자보다 낫다는 고려도 당연히 포함되었다.두 나라는 포탄에 날려온 씨와 뿌리로 꽃을 심고,서로에게 없는 꽃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종내에 가서는 평화가 찾아오는 걸로 얘기는 끝난다.

조금만 더 수다를 떨자면,두 나라의 특이한 꽃 품종은 다음과 같다.먼저 북쪽나라 꽃이다.

1,개미꽃; 꽃씨를 게으름뱅이에게 달여먹이면 게으름병이 당장 낫는다.
2.꿀벌꽃; 피었다 진 꽃잎을 삶으면 바로 꿀이 된다.벌꿀보다 더 달다.
3,나비꽃; 이 꽃의 꽃잎은 여느 꽃처럼 시들지 않는다.꽃잎 하나하나가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
              닌다.


4,무지개꽃; 줄기와 꽃잎들이 일곱 가지 빛깔로 되어 있다.남쪽나라에선 여자들 옷에 이 꽃무
                 늬를 놓는다.그래서 여자들의 얼굴은 언제나 무지개처럼 환하다고 한다.
5.노을꽃;꽃의 빛깔이 저녁노을의 빛깔이다.그래서 이 노을을 사랑하는 남쪽나라 사람들은 예
             술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6.꿈꽃; 꿈을 꾸고 있는 아가들의 눈매를 닮은 꽃.그래서 남쪽나라 사람들은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높은 것을 꿈꾸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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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이 동화라는 것을 아주 잘 안다.북한의 대포동에 꽃씨나 꽃뿌리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도 안다.이런 식의 글이 현실에는 별반 소용이 없으며 욕이나 먹지 않음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언제나 비난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포탄에 대한 환상 만큼은 버리지 않겠다.좋쟎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만년에 이렇게 말했다.

- 단순한 평화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전쟁이라는 그 해묵은 열정은 금욕적이고 치명적인 마력
  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전쟁을 근절하려면 그것에 맞설 또다른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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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글은 여기서 끝나지만,내 글을 오래 읽은 분들은 내가 조금은 수다스럽게 글을 계속 이어나가리라

짐작하실 것이다.그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이어지는 것은 노래다..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 East
http://streamos.wbr.com/wmedia/wbr/wbrmarketing/040606/5_audio_track.wax

 

클릭하면 노래가 나온다.노래는 폴 사이먼이 지난 달 발표한 신곡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east 이다.

 

폴 사이먼의 노래 중 드물게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1941년 생이니 폴 사이먼은 내 어머니와 동갑이다.1957년에 Hey schoolgirl이라는 노래로 데뷔했으니

거의 지난 50년간 노래를 불러온 셈이다.그는 포크음악에서 시작하여 레게와 아프리카 음악,남미권의 음악을 아우르는 월드뮤직을 자신

의 음악에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진행해왔다.

 

그는 상업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art"를 지켜낸 드문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정치적으로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 중 한 사람이다.1960년대 케

네디의 지지자로 출발한 그는,빌 클린턴과 앨 고어,지난번의 켈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의 지지 콘서트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머,우리 입장에서 볼 때야,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 그게 그거라고 여겨지겠지만,미국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아주 판이한 정치세력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그의 노래 중 You can call me Al 이란 노래가 있었는데,가사만 좀 더 긍정적이었다면,민주당의 Al Gore가 선거 캠페인 송으로 사용했어도 무방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폴 사이먼이 쓴 노래가사들은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지기보다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경향의 가사들이었다.(물론 노조지도자의

살해사건을 다룬 He was my brother 같은 노래도 있지만 ) 그는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혼란스런 내면의 일부를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노래를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는데,그의 시들은 비단 미국의 젊은이들 또는 동시대의 다른 나라 젊은이들 뿐만 이나라 시간을 초월하여 어필하는 맛이 있다.

 

그의 가사들은 이제 영문학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했고 가장 많이 교과서에 올라간 그의 시는 The boxer다.밥 딜런이나 조안 바에즈,우디 거스리 같은 가수들과

동시대에 활동했음에도 ,정치적인 전선에 앞장서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ss

 

그러나 2006년 60대 중반에 발표한 그의 앨범 SURPRISE 는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노래가 몇 개 있다.지금 여러분이 들은 노래는 분명히 911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현재 미국 전반을 강타하는 일종의 인종적 종교적 분리주의를 다루고 있다.

 

노래는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를 보러 달려가는 가족을 다루는데서 출발한다....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east


We heard the fireworks 
Rushed out to watch the sky, 
Happy go lucky, 4th of July

 

그저 불꽃놀이만 구경하면 오죽 좋으련만..그런데 여기서 노래 자체가 단조에서 장조로 바뀐다.과거 록시 뮤직의

브라이언 에노 (U -2의 프로듀서였던)의 전자음악과 폴의 섬세한 일렉트릭 기타가 한 몫 한다.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east?
How can you live in the South?
How can you live on the banks of a river
When the floodwater pours from the mouth?

How can you be a Christian?
How can you be a Jew?
How can you be a Muslim, a Buddhist, a Hindu?
How can you?

갑작스레 폴 사이먼은 사는 지역과 종교를 묻기 시작한다.

 


Weak as the winter sun, we enter life on earth.
Names and religion comes just after date of birth.
And everybody gets a tongue to speak, 
And everyone he ars an inner voice,
A day at the end of the week to wonder and rejoice.

 

겨울 햇살처럼 연약하게 우리는 지상에 생명으로 도착했다.이름이나 종교는 생명 탄생 이후에 생겼다.

게다가 거기엔 개인적인 히스토리까지 가미된다.

 


If the answer is infinite light, why do we sleep in the dark?

 

그런데도 우리의 배경을 '무한한 밝음'이라고만 우기며,다른 지역 다른 종교,다른 생각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미사일을 쏘아댈 셈인가? 특히 미스터 부시..실제로 어둠 속에서나 잠 들 수 있는 우리가 말이다.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east?
How can you live in the South?
How can you live on the banks of a river?
When the floodwater pours from the mouth?

How can you tatoo your body?
Why do you cover your hand?
How can you eat from a rice bowl
When the holy man breaks bread?

 

지역과 종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우리는 우리와 조금만 취향이 다르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흰눈으로

대한다.소수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자.하리수에 관한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함 봐 봐라.

We watched the fireworks till they were fireflies.
Followed a path of stars over the endless skies

 

그러다가 그는 다시 서정적인 방향으로 돌아간다.불꽃놀이 이후에 따라오는 끝없는 하늘에 별들의 길 ,,머 이런

식으로 말이다.그러나 firflies가 미국의 미사일이라면 아름다운 밤하늘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바그다드나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밤하는 어디에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길을 볼 수 있겠는가?

How can you live in the Northeast?
How can you live in the South?
How can you build on the banks of a river
When the floodwater pours from the mouth, from the mouth?

I'vee been given all I wanted,
All the three generations of the book.
I'vee harvested and I've been planted.
I뭢 wearing my father뭩 old coat.

 

 

미국은 고작 세 세대만에 번영을 이룬 나라다.그들은 선조의 낡은 코트를 입고 있을 뿐이다.그러니 미스터 부쉬,

잘 난 척 하지 말아주라.볼튼이나 콘돌리자 라이스,럼스펠드,그리고 아놀드 슈워제네거 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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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화로 돌아가자.평화는 꽃씨 대포 따위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차이와 다름을 인정할 때만이 우린 평화를

이룰 수 있다.물론 보르헤스 말대로 평화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또 다른 문제가 따른다.'다름'과 '틀림'은 차이가 있다는 것,분명한 '옳지 못함'을 어떻게 할거냐는 것,

 

결론,나지 않는다..비가 많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