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화들/이백 편의 영화

The western-The Memory

폴사이먼 2017. 1. 6. 13:32

3.The Memory

 

기억은 단순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과거의 어느 때를 다시 회상하고 되짚어내고 되씹어보는 과정이라고만 규정되는 기억의 과정들은 사실 과거에만 집중하여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어떤 기억들은 - 어쩌면 대부분의 기억들이 - 과거 보다는 오히려 현재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기억이라는 과거가 현재의 어떤 현상들을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시간들을 창조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떤 때 과거란 그저 부드러운 재료일 뿐이다.

 

게다가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확실하고 정밀한 정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어렸을 때 보았던 존 웨인 특유의 걸음걸이를 보며 오늘의 나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다.

 

 

(영화 <수색자> 속의 유명한 저 포즈..)

 

그러나 웨인의 걸음걸이가 만들어낸 과거와 오늘의 내 두뇌 속 현상들을 비교해 보자.그것 마저 완벽하게 같을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다.열 살 때 보았던 웨인의 걸음걸이는 그냥 원재료다.그러나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웨인의 그 걸음걸이를 한 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다.게다가 영화 속에서만 본 것도 아니다.책들도 있다.수많은 영화에 관한 책들이 존 웨인을 얘기하며 그의 걸음걸이에 의미를 부여한다.그리고 나는 그 의미들로부터 또다른 영향을 받아왔다.점점 달리 보이는 것이다.,

 

즉 어떤 변화들이 생긴다.첩첩이 쌓인 기억과 기억들은 전혀 다른 사건들을 제공할 수 있는데,그것은 기억자가 지루한 일상과 제한된 환경 내에 놓여 있을 때일수록 더 빛을 발한다.제한된 공간일수록 사람은 자신의 내면과 두뇌,특히 기억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몇달간이 내게 그런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일과 사건들에 치였고 늘어난 노동량과 극적으로 변하는 환경들에 적응해야 했다.그러나 일련의 그 삶들이 매우 방어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어떤 때 나는 골 에어리어 안에서 상대방 공격수 세 사람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였다.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힘든 일들을 치뤄내야 했다고 ,매우 분주하고 눈코뜰 사이 없는 생활들을 이겨내야 했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이 피로했지만 드러누워 있지는 않았다.바빴지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단,나는 그 시간을 그저 멍하게,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고 싶지는 않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원래는 바깥으로 튀어나가 육체적인 활동이 수반되는 운동을 해 보고 싶었으나  그 정도의 여유가 주어질 리는 만무했다.결국 언제나처럼 책과 영화의 세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그때 선택되었던 영화들이 바로 웨스턴,즉 서부영화였다.왜 하필 서부영화였는지는 모르겠다.어쩌면 심층적인 이유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굳이 이유를 찾아내서 들어보자면 몇 가지 댈 수도 있겠다.

 

ㄱ.얼마 전 주구장창 말했던 영화에 대한 내 원형적 기억.

 

그것이 웨스턴 영화들의 긴 리스트를 내게 요구했는지도 모른다.단 그 리스트는 차츰 변질되어 갔다.처음에는 소위 일컬어지는 정전(premiere)들 ,고전(classic)들로 메워지던 목록들은 점차 주변부의 웨스턴,변종 웨스턴,수정주의 웨스턴으로 변해 갔다.

 

어쩌면 그것은 어떤 반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우리나라 대학의 영화과 교수들이 항상 감탄해마지 않으며 자신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받게 하려 애를 쓰는 존 포드의 영화들 - 물론 모든 교수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그 장엄함과 살뜰함에서 자꾸만 벗어나고 싶어졌다.이런 정전과 고전에서의 탈피 경향은,어쩌면 내가 고향을 떠나 멀리 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물론 이런 경향 자체가 약간의 위악적 포즈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쉽지 않았다...

 

ㄴ.또다른 이유?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이기는 승부를 보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영화 속에서, 항상 흔히 말하는 '정의의 사도'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웨스턴 영화처럼 '우리 편'의 승률이 높은 쟝르는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그런 패턴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들을 골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그것은 현실 속에서의 나는 '내가 응원하는 편'이 승리하는 경우를 자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음..그러고 보니 그렇다.고연전의 농구시합을 제외하면 수년간 내가 응원하는 편의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선거가 되었든 또 무엇이 되었든..)

 

ㄷ.뭐 그 밖에도 여럿 댈 수 있겠다.그러나 지금 그 얘기를 다 하게 되면,나중에 각 영화들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할 말이 별로 없어지거나 중언부언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므로 여기서 그치기로 한다..

 

 

4.The List

 

이제 지난 몇십 일 동안 내가 보았던 웨스턴 영화들의 이름을 쭈욱 나열하고 그 영화에 대한 내 짧은 글들을 시작해 보자.몇몇 영화들에 대한 글들은 별로 땡기지 않아 제외해 버렸다..

 

역마차(존 포드)

모호크 족의 북소리(또 존 포드)

the ox bow incident (윌리엄 웰먼)

무법자 (the outlaw 하워드 휴즈)

백주의 결투(킹 비더)

my darling clementine  (전설의 우리나라 영화인 그 클레멘타인이 아니다,..,)

아파치 요새 (존 포드 어게인)

붉은 강(하워드 혹스)

황색 리본(포드)

bad day at blackrock (존 스터지스)

리오그란데 (혹스)

man of the west (안소니 만)

OK 목장의 결투  (존 스터지스)

윈체스터 79 (또 MANN)

옛날 옛적 서부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Big country (윌리엄 와일러)

기병대 (포드)

리오 브라보 (혹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포드를 벗어날 수 없다..)

서부개척사

엘도라도 (혹스.하워드 혹스 역시..)

the shooting (몬테 헬만)

ride in the whirlwind (또 하나의 헬먼 영화)

네바다 스미스 (헨리 헤서웨이)

진정한 용기(헤서웨이)

수색자(포드.)

마지막 총잡이 (돈 시겔)

magnificent seven (존 스터지스)

high plains drifter (클린트 이스트우드)

달러 3부작 (세르지오 레오네)

hud (마틴 리트)

내 이름은 튜니티 (엔조 바르보니)

관계의 종말 (샘 페킨파)

천국의 문 (마이클 치미노)

엘 토포(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용서받지 못한 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뭐..대강 이렇다.결국 포드의 자기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글쓰기에서 제외된 영화들의 목록도 있다..

 

broken arrow

쟈니 기타 (니콜라스 레이의 이 영화를 어쩐지 서부영화의 카테고리 안에만 한정시킬 수 없었다.그러나 아니다.코멘트해야 겠다)

와일드 번치 (이 영화도 그렇다.좀 더 다른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greed (스트로하임.서부가 무대라고 다 서부 영화 안에 넣어놓을 수는 없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이유 없다)

they died with their boots on (에롤 플린을 좋아하지 않는다..)

the gunfighter (안 끌린다..)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도 안 끌린다..)

open range

dodge city (에롤 플린이 싫다니까..)

늑대와 춤을 (케빈 코스트너..이 영화는 언젠가 우리 막내 여동생과 함께 본 영화들 속에 집어넣고 싶다..)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 (서부영화라기엔 좀..)

솔저 블루

페일 라이더(어떤 리스트에 집어넣을지 고민 중)

시마론

the bravados

던디 소령 (페킨파 치고는 졸작 아닌가?)

울쟈나의 습격 (제목이 마음에 안 듬)

셰인 (언젠가 긴 리뷰를 썼던 것 같기도..)

하이눈( 이 영화도 리뷰가 좀 길었었다)

알라모

애꾸눈 잭

라스트 모히칸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너무 좋아해서..아까워서..)

posse (기억이 너무 가물거려서..)

실버라도 (이 영화도 기억이..)

3:10 to  yuma (좋아하는 영화 임에도 리뷰를 쓰고 싶지는 않은 영화)

paint your wagon (기억 속에 선명치 않아서..)

론 스타(존 세일즈..아까운 영화다..)

롱 라이더즈

매버릭

blazzing saddles (제외된 영화들의 목록이 더 길어지고 있다..)

 

목록은 더 길어질 것이다..추가될 수도 있고 제외될 수도 있다..뭐 어쨌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