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2015)- 어떤 영화적 풍경
어떤 영화적 풍경은 어느 순간 그 영화의 내부를 이탈하여 영화 바깥으로 걸어나가 레전드적 풍경으로 변모해 버리기도 한다.우리는 그러한 - 영화의 역사 내부에서 레전드화하여 영화 바깥에 이치한 - 많은 영화적 순간들을 알고 있다.물론 모든 레전드-풍경이 긍정적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며,모든 결정적 풍경들이 영화적으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풍경들은 영화를 아예 떠나버리거나,영화와 연관지어 존재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 -예를 들어 정치 사회적 의미- 로 변용되어 버리거나,또 다양한 의미들을 한꺼번에 가지면서 다층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거기에 그 영화가 얼마나 오래된 영화인가,언제 만들어진 영화인가,어디서 상영되어지고 있는가 등등 여러 요소에 따라서 영화의 풍경은 분화하고 또 분화한다.
굳이 거칠게 예를 가져와 보자면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매이션의 숲과 하늘이 그렇다.그의 신비롭고 장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숲은 그의 영화에서 분리되어 하나의 독보적인 풍경이 되었다.그러나 그 숲은 또한 일본적 신도의 이미지들을 내장하여 일본 관객에게 지대한 심리적 영향 - 그것은 아무래도 우파적 통합과 일본의 침략사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변명,그리고 패배에 대한 미학적 위로 - 을 미치기도 했는데,그러한 풍경적 영향이 반드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의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결정적이고 절대적인 미학이 지니는 생물성이랄까.그러한 생물성의 역동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것이다...이렇게..어떤 영화적 풍경은 생물이 된다..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시리즈에 등장했던 호주의 거친 도로,가혹한 먼지가 날리는 사막은,적어도 내게는 영화적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갈 풍경이다.명확한 디스토피아적 감성 속에 부유하고 부딪치던 격렬한 캐릭터들과 멜 깁슨의 공허하면서도 끝내 인간성을 잃지 않던 눈동자 역시 마찬가지다.고유하고 독보적인 풍경이다.
30년도 더 넘어 등장한 속편 <퓨리 로드> 역시 레전드의 위치에 올라갈 듯한 영화적 풍경들을 전시했다.호주의 사막이 아니라 모하비 사막이라 내겐 거의 억울하게 느껴지지만,2015년에 창조된 밀러의 풍경 역시 거의 한 세계를 방불케 했다.비유컨대 헤비 메탈적인 세계.굉음과 습격과 강렬함이 영화 내내 난무하여 거의 관객의 체력을 반 이상 소진케 하지만,그 혼란스럽고 둔탁한 폭력적 말 건넴 속에는 정교한 질서와 달인적인 테크니션의 솜씨들,에둘러 돌아가지 않고 직격탄을 던지는 결기들,즉 하나의 거대한 단색적 세계가 영화 내내 폭발하고 있었다.잘 만든 헤비 메탈 음악처럼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관객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존재하고 복무한다.풍경의 의미들을 다른 식으로 변용하고 논의를 일으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지 조지 밀러의 책임과 존재 양태는 아니다.그는 당당하게 영화적 오락이라는 덩어리를 세상에 집어던졌다.
적어도 난,불만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