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화들/culture club

Aerosmith -오빠 밴드와 할아버지 밴드

폴사이먼 2009. 11. 10. 14:28

5.Aerosmith

 

요새 내 주변의 아저씨들은 '오빠 밴드'를 만든다고 정신이 없다.친구 하나는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과,또 성당에서 만난 지인들과 어울려,아예 연습장을 빌려 놓고 밤마다 '밴드 놀이'에 여념이 없고,갑자기 기독교에 귀의한 매제-여동생의 남편-역시 집에다 기타 연습실을 만들어 놓았다.사실 매제는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통해서 내 여동생을 만났었고,그 밴드에 일정 부분 관계하고 있었던 나는,두 사람을 엮어주려고 보컬이었던 매제와 키보드를 담당했었던 여동생 둘 만의 9분짜리 노래를 준비해서,그들의 무대를 만들어주기도 했었다.(그래서 나는 실질적으로 나 자신을 그 두 사람이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중매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그동안 그들로부터 양복 한 벌 못 받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정작 그 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여기저기서 밴드를 만들겠다는 중년의 사나이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이경규나 김구라가 출연하는 일요일 밤의 방송 프로그램 때문 인지도 모르겠지만,꼭 그렇지도 않을 수 있는 것이 사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에게는 '밴드'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이다.많은 스쿨 밴드들을 보고 자라났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가요제가 우후죽순으로 존재하던 시절 - 다시 말해 기획사 따위를 통해서 '기획'되어진 가수들이 나타나기 이전의 시대-을 살아온 사람들인 것이다.

 

통기타 하나만 들고서도 오손도손 모여 앉은 잔디밭 한 가운데서 얼마든지 콘서트를 연출할 수 있었고,그 시절 어디서나 울려퍼지던 운동가요들을 모르고서 학교 생활을 끝마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말하자면 우리 세대는 음악을 단순히 듣고 보면서 소비한다기보다는,실제로 부르고 만들면서 소비했던 세대라는 것이다.'직접' 만들 수도 있었다는 사실,직접 부를 수도 있었다는 경험이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의 오빠 밴드 붐을 이끌고 있음에 틀림없다.

 

위에서 말하는 '오빠 밴드'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록 씬에도 오빠 밴드나 아저씨 밴드,아니 이젠 할아버지들이 되어 버린 밴드들이 있다.할아버지 밴드라면 맨 먼저 떠올릴 팀은 물론 롤링 스톤즈일 것이다.그러나 가나다순으로 진행시켜 가는 이 글에서 그들을 벌써부터 등장시킬 수는 없고 ,오늘의 할아버지 밴드는 바로 스톤즈가 아닌 스미스,에어로 스미스다.

 

처음 그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에로 스미스로 잘못 들은 나머지,뭐,에로? 그런 이름의 밴드도 있어? 음.에로틱한 대장장이 복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인 모양이구나..하고  멋대로 상상했던,.1960년대 후반에 보스톤에서 결성되어 장장 40년이 넘는 세월을 여전히 파워풀하게 활동하는 블루스에 기반을 둔 하드록 그룹이다.그들의 음악엔 팝적인 요소와 헤비메탈적인 요소들이 어울려 있고,가끔씩 발표하는 록 발라드는 사람들의 감성을 직격탄으로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상업적으로도 매우 성공한 사람들이며 ,당연히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그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나중엔 힙합 그룹과의 합작 같은 퓨전적인 시도도 아끼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의 요정인 리브 타일러의 아빠인 스티븐 타일러가 보컬을 맡고 있으며 수많은 히트곡의 리스트들을 가지고 있다.blue army인지 green navy인지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전국구 팬클럽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인 현역 밴드이다.

 

하도 오랫동안 활동해왔기 때문에,각 세대마다 기억하는 그들의 노래 역시 다를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보컬인 스티븐 타일러의 딸인 리브 타일러와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했던 영화 <아마겟돈>의 주제가 I don;t want miss a thing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어떤 사람들 -특히 내 세대의 사람들-은 그들의 1973년 싱글 <Dream on>으로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며 분노한 젊은이들로 등장했던 밴드의 멤버들도 아저씨들의 시간을 거쳐 할아버지 밴드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그들의 노래 <Dream on>이다.조용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는 기타 리프에 맞추어 시작한 곡이,스티븐 타일러의 보컬을 만나서 후반부의 폭발을 향해 고개를 여러 개 넘듯 전진하는 노래이다.

 

 

가끔 사람들을 썰렁하게 만들고 싶은 노래방 내부이거나,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려,성대를 다치지 않도록 무진장 노력하며 부르는 노래이다.물론 완전히 목이 쉬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dream on을 부르기 시작하면 또다시 불러야 할 노래들의 목록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렇게 글을 끝내고 혹시나 싶어서 에어로스미스를 검색해 보았더니.보컬인 스티븐 타일러가 그룹을 탈퇴한다는 소식이 떡 하니 올라와 있다.스티븐..너무하지 않는가? 오래된 노익장 그룹이니 뭐니 해 가며 약간의 찬사를 아끼지 않은 나는 뭐가 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