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별이,발언하다.
- 이 글은 물론 실제로 은별이가 쓴 글도 아니고,은별이의 얘기를 듣고 제가 작성한 글도 아닙니다.시절은 하수상하다 못해,거의 웃기다 못해, 투견대회 수준(개판)으로 흘러가고 있고,문득 이런 세월 속에서 딸을 '키워낸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예술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은별이의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은별이의 입을 통해서 작은 글들을 만든 겁니다.
아이까지 동원해서 이런 글을 쓰느냐,혹 배후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배후는 접니다.,저라구요.배후가 누가 있겠어요? 사람들 등 뒤에는 다 배후라는 게 있나요? 우리나라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의 등 뒤에는 누가 서 있는지 궁금하군요.....
자,이제 은별이에게 발언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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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들어있습니다.어린이날엔 제가 선물을 받는 거구,어버이날엔 할머니와 할아버지,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선물을 받는 날이라구,전 알고 있어요.어떻게 아냐구요? 뭐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세요?그건 당연한 상식인데요.그런데 우리 아빠하고 엄마는 바쁘다는 핑게로 이런 날들을 막 넘어가버리시더라구요.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지요.머.그런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은 아니지만그래도 약간 화가 나려던 순간이었는데요.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엄마하고 아빠는 저를 데리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다함께 식당에 가기로 했어요..약간 기분이 풀리는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약간 웃어줄려고 하면서 ,옛다 기분이다 하는 마음에 뽀뽀까지 해줄려고 했는데,만 세 살도 안된 녀석한테 무슨 선물이냐며,선물을 과감하게 생략해버리는 아빠 말을 듣고 입술을 거둬들여버렸어요.아빠는 약간 삐친 듯 보였어요.본인이 했던 말은 생각 안 하고 혼자 삐치기만 하는 아빠는 좀 문제가 있어요.어린 애들한테도 다 생각이 있는데 말이지요.아,참 대통령이라는 이명박 할아버지도 그러신다죠? 아이들이 집회에 나오면 ,다 누군가가 선동한 거고 다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나오는 거라구요..그리고 문화부 장관인가 하는 유인촌 아저씨도 그랬다지요,연예인이 어떻게 대사회적인 발언을 하겠느냐,누군가가 써 준 거 읽고 있는 거다..아마 이 분들 꼭 우리 아빠처럼 철없는 분들인가 봐요...아님 제대로 삐쳤거나..
전,오늘 무척 배가 고팠어요.손가락이라도 빨아먹고 싶을 정도였어요.그런데도 어른들,그러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빠와 엄마는 도무지 식당에 갈 생각을 안 하는 거였어요.그저 싸우고만 계셨어요.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고기를 드시고 싶다며,무슨 광우병인지 뭔지 하는 미국 소고기들이 들어오기 전에 고기를 실컷 드셔야겠다며 고깃집엘 가시고 싶다고 말씀하셨고,엄마는 이젠 세월도 변했는데,조금은 색다른 음식을 드시는게 어떻겠느냐며 채식뷔페엘 가야한다고 우겼고,할머니는 그냥 아무데나 가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싸우느냐고 역정을 내셨고,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빠는 아무 말도 웃고 있는 걸로 봐서 '운전대 잡은 사람이 왕이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싸우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요.
뭐,어디라도 좋아요.소고기면 어떻고 채식뷔페면 어때요? 그냥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나온 배를 두드리기만 하면 그만이지요.어른들은 참 이상한 걸 가지고 다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게 아닌 것 같았어요.미국산 소고기는 참 이상한 음식이더라구요.광우병인지 뭔지,그 소들을 먹으면 병에 걸린다는 거에요.그 병은 아예 치료약도 없다는 거지요.
전 약간 놀랐어요..
제 놀란 모습이 보이시죠? 제가 이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으면 상당히 놀란 거랍니다.제가 이래뵈도 유치원에서 배짱있는 걸로 소문난 앤데 말이지요..이렇게 착잡하면서도 경악하고 있는 얼굴이 사진에 찍혔다면,보통 문제가 아닌 거지요..
언제나 삐딱선을 타시는 할아버지는,나야 살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우리나라 무역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미국소고기를 드시겠노라고 큰 소리를 치시다가 할머니한테 옆구리를 맞았답니다.아빠는 소고기 수입이 문제가 아니라,그런 위험성을 가진 소고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수입을 해 놓고 보겠다는 정부 사람들의 인식이 공포스럽다고 말했어요.(아빠는 원래 약간 겁쟁이지요)
YWCA의 간사 출신인 할머니는,대통령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원래 자기가 살던 대로,자신의 삶 그대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거라고 조금은 어렵게 말씀하셨어요.할머니는 원래 어렵게 말하는 게 취미에요.그래서 전 할머니 말씀을 들으면 가끔 화가 나죠.게다가 할머니는 말도 길게 하세요.건설회사 사장 출신다운 발상이며,일단 지어놓고 보고 일단 부숴놓고 보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형태의 대통령이 지금 대통령이며,그런 뜻에서 옛날 대통령들도 자기들이 살아온 삶 그대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던 거라고 계속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삼풍백화점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혼잣말처럼 말했는데,전 미국의 소들이 참 불쌍하게 느껴졌어요.전 지금 태어난지 35개월 되었는데요.저보다 5개월이나 어린 소들이 쓰레기 취급 받고 폐품 취급을 받고 있다니,얼마나 불쌍해요.아빠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의 역습,동물들의 복수라고 말씀하셨는데,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당연히 식사 자리는 좀 무겁게 변해가고 말았는데요.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서야 되는 게 아니겠어요?그래서 약간 애교를 부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할 수 없이 머리에 풍선까지 꽂고 약간 쇼를 했지요.어른들은 참 이상하죠? 이렇게 단순한 제스처에 넘어가다니..그러면서도 아직 난 지 3년도 안 된 저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가지고 장사도 하고 협상도 하고 청문회도 하고 ...,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이번에 가엾은 소고기를 수입하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좀 화를 내고 말 것만 같아요.저도 좀 무서운 표정이 있답니다.
무섭죠? 이게 바로 도깨비 표정이랍니다.만나면 꼭 이 표정을 지어주고 싶어요.그 분들한테도 아마 손자나 손녀가 있을 테니,걔네들 만나면 걔네 할아버지들한테 꼭 이 표정을 지어주라고 부탁하고 싶어요.도깨비가 잡아간다고 말이지요..아,그리고 이 모든 일들에 가장 책임을 지시고 있다는 그 할아버지한테는 조금 특별한 표정이 있어요..아니 표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단순한 동작에 불과한 데 말이지요.
그 할아버진 영어를 좋아하신다고 하니까,영어로 말씀드릴께요.아,전 유치원에서 영어도 배워요..
SHUT UP!
이제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한텐 너무 가혹한 일 아니겠어요? 엄마 말대로 하면 학교 가서 급식도 못 먹고,간식으로 먹고 있는 여러가지 음식들도 다 못먹는다는데,사실 만큼 사신 할아버지들이야 별 상관이 없지만 우린 좀 상관이 있거든요.왜 절 이렇게 우울하게 만드시는지 모르겠네요.꼭 제가 이런 표정까지 지어야겠어요?
뭐,우울한 얘기 계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어쨌든 책임은 좀 지어주셨음 합니다.소고기 수입하려는 분들이나 반대하려는 분들이나 ,다 저 같은 꼬맹이들 미래를 다루고 계신다는 책임감 정도는 가지셨음 해요.엉뚱한 생각하시지 마시구요...그런 의미에서 힘 좀 내시라고,저의 가장 섹시한 포즈를 선물처럼 보여드릴께요..(이런 사진을 올리다니 아빠 뇌 검사를 좀 해봐야겠어요.미국에서 2년 반이나 살았거든요.)